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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오퓰렌스] 세계에 나를 던지다 '이탈리아' - 로마 1편

by 오퓰렌스 2021.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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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1 편]

 



달에 첫 발자국을 남기러 가는 '닐 암스트롱'의 심정이 이러했을까요.

전 세계가 날 바라보고 모두가 날 주목하고 있는 듯한 환송 속에

 

홀로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를 향해 발돋움하는 순간입니다.

 

 


하지만 긴장했던 것이 무색하게도 몸이 기억하는 버스의 탑승감은

 

어김없이 졸음을 쏟아지게 만들어, 자동으로 눈을 붙였습니다.

 

 


얼마쯤 시간이 지났을까요.

창 밖을 바라보니 버스는 인천에서 영종도로 이어지는 다리 위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양쪽에 펼쳐진 광활한 바다를 보면서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구나' 하며 

감회에 젖고 있는데 아까부터 가만히 저를 보고 있던 중년 신사 분이 말을 걸었습니다. 


 

그는 런던으로 출장 근무를 가는 중이었고

 

저를 보고 있자니 젊었을 적 배낭만 메고 유랑을 떠났던 시절이 떠올라 그립다고 했습니다.

 

여행에 대한 상당히 연륜이 느껴지시길래

이탈리아에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는지 묻자,

 

그는 1~10까지 '소매치기'에 대해 거듭 주의시켰습니다.

그 예로 어떤 백인 여성이 화장실 간 사이에 

 

캐리어를 통째로 도둑맞아 길거리에 앉아서 울고 있는 경우도 보았다고 하더군요.

그 때문에 안 그래도 손이 저리도록 꼭 잡고 있던 가방끈을 더욱 부여잡았습니다.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발권을 마치고 승선하는 순간까지 활주로를 하염없이 바라보았습니다.

 

로마까지 가야 하는 비행 편은 무려 2번이나 중국 내륙을 경유해 가는 '중국 남방항공'으로 예약했습니다.

 

여행 경비 중 가장 줄일 수 있는 부분이 항공비와 숙소비여서 선택한 부분이었는데

 

(나중에 굉장히 후회했더랬죠.)

 

그래도 막연히 착잡하지만 한편으로 설레는 감정을 가지고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기내식의 맛은 전반적으로 쏘쏘였습니다.

 

생각보다 괜찮기도 하면서 생각만큼 별로였기도 했지만

 

식사 시간이 아닌데도 앞 뒤로 2번이나 제공될 만큼 자주 나와서 적어도 배는 굶지 않았습니다.

 

그것마저도 신기하고 재밌는 순간이었습니다.

 

 

 

2~3시간 가량의 비행 끝에 첫 경유지인 중국 '대련'에 도착했습니다.

 

불과 몇 시간 가량 날아왔을 뿐인데 벌써부터 보이는 풍경부터 주변에 들리는 언어까지

 

확연히 낯선 분위기를 풍겼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이 낯선 기분을 스스로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1시간 반 정도만 체류하고 바로 다음 편으로 환승해야 하는 짧은 순간이었지만

 

이리저리 둘러보며 여행의 기분을 만끽했습니다.

 

 

 

 

전과 비슷한 시간이 흘렀고 착륙을 시도하는 흔들림에 잠에서 깨었습니다.

 

이곳이 바로 두번째 경유지이자 로마로 가는 길의 마지막 기착지 '우한'입니다.

 

네 맞습니다. 작금의 '코로나19'바이러스가 처음 생겨난 중국의 '그 도시'입니다.

 

우한에 처음 도착했을 때만 해도 4년 뒤에 그런 끔찍한 바이러스가 세상 밖으로 나올 줄 몰랐고

 

여행까지 가기 어려워지는 시국이 올 줄은 더더욱 몰랐지요.

 

다시금 이 사진을 보고 있자니 씁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당시 처음 본 우한공항의 느낌은,

 

지금껏 인천국제공항이 세계에서 가장 깨끗하고 우수한 공항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 못지 않게 세련된 공간이라 놀랐습니다.

 

 

 

그리고 조금 더 멀리 왔다고 하지만 한국어가 서서히 보이지 않는 곳으로 가고 있다고 느끼니

 

벌써 그리운 고향과는 아득히 멀어지고 있음을,

 

설레는 여행지와는 서서히 가까워지고 있음을 실감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다음 비행기 시간까지 6시간 동안 기다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폰을 보거나 잠을 한숨 청하면 금방 가지 않겠냐 싶겠지만

 

공용 와이파이 조차도 로밍이 되어 있지 않으면 쓸 수 없게 되어있었고,

 

잠을 청하자니 앞서 신사 분이 말씀해주신 백인 여성의 처지가 될 것만 같아 뜬눈으로 6시간을 지새웠습니다.

 

가장 속이 타는 부분은 반나절 동안 한 번도 연락을 하지 못해

 

잘 가고 있는지 걱정하고 있을 가족이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말씀을 들어보니 세상 편하게 밤잠을 주무셨다고 해서 오히려 안심이었습니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요.

 

정말 뜬 눈으로 아무것도 먹지 않고 (정확히는 '위안' 화폐가 없어서 사 먹지 못하고)

 

카트를 끌며 몇 바퀴나 공항 내부를 돌았고

 

로마에 가서 바로 해야 할 것들, 전체적인 일정 등을 몇 번이나 점검하는 등

 

갖은 노력으로 잠에 들지 않으려 애썼습니다.

 

 

 

드디어 로마행 비행기의 탑승을 기다리는 모습입니다.

 

초췌해진 몰골로 비행기 시트에 앉고 나서야 비로소 눈을 붙였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어떤 정신력으로 버텼는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이 마지막 비행을 마치면 로마에 입성하는 것이니,

 

상륙작전을 앞둔 해병처럼 매뉴얼과 정보를 몇 번이나 숙지하며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이틸리아 땅을 밟았습니다.

 

총 편도 거리로 자그마치 26시간을 날아 도착한 로마입니다.

 

그걸 혼자서 해냈다는 희열감에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아직 공항 검색대 앞이어서 무언의 환희를 만끽했습니다.

 

 

 

대한민국 여권을 보여주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한 마디 질문 없이 하이패스로 보내주더군요.

 

내심 전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 여권의 비자 파워를 실감했습니다.

 

 

 

기차 모양 개찰구를 찾아 이리저리 헤매다가 겨우 찾은 티켓 부스입니다.

 

이럴까 봐 수없이 이미지 트레이닝 해왔음에도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로마 시내로 가기 위해서는 이곳을 반드시 찾아야 하니

 

꼭 기억하고 찾아가시면 되겠습니다.

 

(물론 코로나 끝나고 언젠가 가게 되면요...!)

 

 

 

이탈리아에 대해 나름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고 생각하는 부분 중 하나는 바로 '언어'였습니다.

 

간단한 회화정도는 그 나라 말을 배워 소통하고 싶어 처음으로 매표소 할아버지와 소통을 시도했습니다.

 

로마 '테르미니 역'으로 가는 기차표의 가격을 물었는데

 

"Fourrrrrteen Eurrrro (14유로)" 라며 이태리 특유의 간드러진 'R' 발음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여러모로 순조로운 시작입니다.

 

 

 

 

 

역에 도착하고 양쪽으로 크게 뚫려있는 로비로 나오자마자 이곳의 향기를 담으려 숨을 크게 들이쉬었습니다.

 

그러자 다양한 종류의 담배냄새가 훅 블렌딩 되어 들어와서

 

한참이나 켁켁댔던 것이 로마에서의 첫 순간입니다.

 

(나중에 찾아보니 이탈리아는 담배에 관한 규제가 거의 없어 어딜 가든 흡연자의 담배연기와 함께 했습니다.)

 

 

 

 

담배냄새가 난들 어떨까요. 저는 지금 로마에 와 있는걸요.

 

벽을 가득 메운 그래피티 마저 빈티지 감성으로 느껴졌고

 

바닥에 떨어진 돌부리 하나도 오래된 도시의 유적처럼 여겨질 정도로

 

충분히 감동할 만한 곳이었습니다.

 

제가 여기에 와 있는지 제대로 실감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잠시 목적지도 잊은 채 만족스러운 사진이 나올 때까지 찍어대고 나서야 숙소로 향했습니다.

 

 

 

첫 여행, 첫 도시인만큼 숙소는 안전한 곳으로 하자는 의미로

 

한인민박을 예약했는데 '신의 한 수'였습니다.

 

연륜이 있으신 사장님은 저를 반갑게 맞아주셨고

 

이 먼 타국에서 한국어를 들으니 벌써부터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사장님은 바로 제 손목을 잡고는 조금 전에 걸어온 거리를 쓱 가리키며 말씀하셨습니다. 

 

"저 거리 보이시죠? 저기 지나다닐 때 절대 손에 폰 들고 가지 말아요."

 

살벌하게 무슨 말씀인가 싶었는데 손에 폰을 들고 있어도 바로 채갈 만큼 치안이 안 좋은 곳이라고 하셨습니다.

 

스페인, 프랑스에 이어 소매치기로 악명이 높다는 이탈리아의 치안이 단번에 체감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가방은 무조건 앞으로 매고 다녀라, 

 

잠시라도 테이블에 물건을 두고 자리 비우지 마라 등등 역시 치안에 관련된 주의사항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추울까봐 겨울 옷을 많이 챙겨 왔는데 10월인데도 여름으로 여겨질 될 만큼 따스한 기후에 놀랐습니다.

 

로마가 이탈리아 반도의 아래쪽에 있어서 더 그런 것도 있었겠지만

 

시차도, 날씨도 다른 곳에 놓이다 보니 더 생소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변하지 않고 이어오는 습관이 있죠. 바로 '산보'입니다.

 

군장같이 짊어지던 메인 배낭을 내려놓고 간단히 새 짐을 꾸려 주변을 본격적으로 탐색했습니다.

 

역시 르네상스의 발원지답게 대강 복원하고 있는 그림도 명화 느낌이 철철 흘렀고

 

분수며 광장까지 이루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걸작들이었습니다.

 

 

 

사진 왼쪽 아래 사진의 성당은 '목욕탕 박물관'에 붙어있는 '산타 마리아 델리 안젤리 에 데이 마르티리' 성당이었는데 

 

무슨 성당 외관이 이렇게 생겼나 싶어 무심코 들어가 보았습니다.

 

 

 

외관은 유적에 섞여있는 폐허같이 생겼는데

 

내부에 이토록 장엄하고 정돈되어 있는 공간이 자리하고 있어서 적잖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앞으로 놀랄 일이 많은데 벌써부터 이렇게 감동받고 놀라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처음에는 간단히 주변만 돌아보기로 했던 건데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걸음 닿는 대로 구석구석 훑었습니다.

 

급기야는 돌아오는 길을 잊을 까 봐 돌아가는 순간까지도 셔터를 멈추지 못했을 정도로

 

도시 자체가 마치 거대한 야외 박물관처럼 느껴졌습니다.

 

무심코 지나친 건물이며 성당 등등 각자마다 여러 스토리들을 담고 있겠지만

 

내일부터 차근 차근 음미하기로 약속하며 숙소 부근으로 향했습니다.

 

 

 

역시 이탈리아는 피자이지요. 마트에서 간단히 구매하기 좋으며, 사이즈별로 가격대가 달라 고르는 재미가 있습니다.

 

어쩌다 보니 저녁 시간도 지나버려서 근처 마트에서 간단히 요기를 하고 들어갔습니다.

 

제가 예약한 방은 4인 남성 도미토리로, 들어갔을 때 아까는 보지 못했던 다른 여행객 한 명을 마주했는데

 

마침 제 또래였고 똑같은 이유로 여행 온 지라 금세 친해지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앞으로 늘 낯선 사람을 마주해야 하니 그것도 그것대로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첫 날의 마무리까지 잘 풀려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잘 풀려야 할 곳이 풀리지 못할 것은 전혀 예상치 못했지만 말이죠....

 

 

 

 

 

 

[오퓰렌스] 세계에 나를 던지다 '이탈리아' - 로마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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