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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오퓰렌스] 세계에 나를 던지다 '이탈리아' - 로마 3편

by 오퓰렌스 2021.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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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3편]

 

다음날 아침.

 

오늘은 첫 시작을 버스 탑승으로 시작했습니다.

 

패스 기간 동안 최대한 많은 것들을 부지런히 눈에 담아야 했기에 기분 좋은 서두름으로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어제 지하철을 타봤고 오늘 버스도 타면서 느낀거지만

 

노선이 다양하지 않았고 코스도 짧은 편이었습니다.

 

로마는 주요 관광지가 대부분 시내 안에 몰려 있어서 대중교통을 딱히 이용하지 않아도

 

웬만큼 걸어서 전부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제가 유독 걷는 것을 좋아해서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릅니다.)

 

여하튼 그래도 패스 뽕을 뽑아야 하니 버스도 한 번 타 줍니다.

 

 

 

도착한 곳은 '베네치아 광장'입니다.

 

관광 포인트에 바로 내려주는 정류장 위치가 아주 마음에 듭니다.

 

 

광장에 서서 바로 보이는 '조국의 제단'은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기념관' 혹은 '통일기념관' 등

 

여러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새벽 공기가 채 가시지 않은 맑은 아침에도 존재감을 확실히 하고 있는 건물입니다.

 

이 건물은 이탈리아 인들에겐 애증의 건물인데, 오래된 건물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구시가지 속에서 

 

주변과는 어울리지 않는 색상과 규모로 위화감을 느끼게 한다는 점과

 

외관이 마치 '타자기'를 닮았다며 흉을 보는 등 갖가지 별명으로 평가한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여행자로서는 나름 로마인의 긍지와 에너지가 담겨있는 웅장함을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Tip: 소정의(?) 입장료를 지불하면 건물의 옥상을 올라가 볼 수 있다고 하는데

 

베네치아 광장을 한 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으로 뷰가 나쁘지 않다고 하니 시도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또한 조국의 제단을 바라보고 바로 오른쪽 건물은 '베네치아 궁전 박물관'이 있었습니다.

 

로마에서 웬 베네치아 이름을 붙인 궁전과 광장이 있나 의문이 들었지만

 

후에 알아보니 이 궁전을 베네치아의 추기경 '교황 바오로 2세'를 위해 처음 지은 이후로

 

한 때 베네치아 대사관으로도 쓰였기에 광장도 포함해서 이와 같은 이름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외관에 있는 발코니는 '무솔리니'가 이탈리아의 2차 대전 참전을 선포한 장소로도 유명합니다.

 

 

 

 

현재는 바로크부터 르네상스까지 수많은 조각과 미술품을 전시 중에 있으며,

 

중앙에는 정원도 잘 꾸며져 있어 '박물관'으로써의 역할을 제대로 지키고 있습니다.

 

Tip: 로마패스를 소지할 경우엔 인식 후 바로 입장이 가능하나, 없을 경우에는 소정의 입장료를 지불해야 합니다.

 

 

 

 

또한 근처에는 '제수 성당'도 같이 위치하고 있었는데,

 

심플한 외관과는 달리 내부는 이토록 화려한 건축물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이런 느낌의 성당을 보고 있자면 왜 과거 사람들이 신의 존재를 마치 실제 존재하고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믿을 수 있었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이어서 향한 곳은 '판테온'이었습니다.

 

판테온이라는 어원의 의미는 '모든 신을 위한 신전' 즉, '만신전'이라는 뜻에서 비롯된 이름입니다.

 

그만큼 각각의 신을 섬기는 성당이나 신전의 성격이 아니라

 

마치 우리나라의 '종묘'와 비슷한 성격으로 역사적, 건축적으로 높은 가치를 평가받고 있는 공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판테온 내부의 돔 '오쿨루스'

 

또한 이탈리아 건축물의 아름다움은 궁극의 완벽함을 추구한 '아치'에서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판테온은 궁극의 아치를 보여주는 공간입니다.

 

내부 돔 지붕인 '오쿨루스'의 크기에 맞추어 가상의 '구 형체'를 집어넣게 되면 완벽하게 들어맞을 정도라고 하니

 

그 정교함을 가늠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라파엘로의 묘.

또한 만신전의 성격에 맞게 여러 명사의 묘를 실제로 볼 수 있는 데,

 

이곳의 주인이라고 한다면 앞서 보았던 '조국의 제단' 주인공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를 비롯해

 

그의 아들 '국왕 움베르토 1세' 심지어는 '라파엘로'의 묘까지 안치되어 있어 그 명성을 실감케 하고 있습니다.

 

입장료 없이 이런 공간을 볼 수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할 따름입니다.

 

 

 

오전 동안 주요 관광지를 타이트하게 소화하다 보니 금세 방전이 되었습니다.

 

북적한 판테온 광장을 빠져나와 가이드북에 나와 있는 추천 식당을 찾아갔습니다.

 

조금은 한적한 곳에서 식사를 하고 싶어 찾은 이곳은

 

'La Tavernetta 48'입니다.

 

 

 

이곳을 선정한 가장 큰 이유 2가지는,

 

한적한 곳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런치 구성이 괜찮았다는 점이었습니다.

 

현재 상차림만 보더라도 무려 '물'과 '와인'이 포함되어 있는 세트메뉴입니다.

 

저도 이제는 현지화가 반쯤 되어 이런 것에 감동하고 감사하는 경지가 되었습니다.

 

 

 

안티파스토는 따로 없고 제1 요리, 제2 요리, 물+와인 구성의 코스라서

 

1, 2 요리는 각각 '후추 파스타'와 '양고기 요리'로 주문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봐도 도대체 무슨 조합으로 저 메뉴를 주문한 건지 이해가 안 됩니다.)

 

 

 

대망의 '제1 요리'가 나온 비주얼을 보고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음.. 잠깐 내가 첫 번째로 뭘 주문했었지? 아, 후추 파스타..."

 

현지에서 본격적으로 처음 맛보는 파스타입니다.

 

 

 

아무리 타지에서 현지 음식 흉내를 잘 내었더라도 리얼 현지의 맛을 완벽하게 따라잡기는 힘들다는 명언이 있는데

 

소문대로 이탈리아 파스타는 굉장한 맛이었냐고요?

 

다른 종류는 맛이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저건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짠 맛이라고 단언하겠습니다.

 

겉은 후추, 내부엔 소금을 넣어 차라리 절임음식이라 해도 이해될 정도의 짠맛이었습니다.

 

물과 와인을 빠르게 소비하며 간신히 소화해 내는 와중에 한 이탈리아인 가족이 옆 테이블에 앉았고

 

저와 같은 메뉴를 시키고 한 입 뜨려 해서 잠시 주목했습니다.

 

"Um~ Buono! (음~ 맛있다!)"

 

라고 하는 감탄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이제야 납득했습니다.

 

이 식당의 음식이 잘못된 게 아니라 제가 이탈리아랑 잘 맞지 않았다는 것을 말이죠.

 

 

 

간신히 제1요리를 해치우니 두 번째 고난인 제2요리가 나왔습니다.

 

토마토 베이스로 간이 잘 되어 있어 적어도 짠맛은 아니라 좋았지만

 

이번에는 '살코기'가 아니라 '내장'요리입니다.

 

저는 육류의 내장 요리가 불판에 구워 먹지 않으면 이렇게 질겼던 건지 처음 알았습니다.

 

아마 풍선껌 3개를 동시에 입에 넣고 씹어도 이것보다는 쉽게 소화할 듯한 느낌입니다.

 

 

 

설상가상으로 고전하고 있는 데 옆에 지나가던 한 여인이 제 어깨를 툭툭 쳤습니다.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어설프게 불러온 배를 가리키며 본인이 임신을 했으니 꽃을 좀 사달라고

 

동정심을 유발하고 있었습니다.

 

애초에 꽃이 필요도 없을뿐더러 팔고 있는 꽃도 전부 시들어 있어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그녀는 저를 두어 번 설득하는가 싶더니 홱 지나가서 다시 앞에 보이는 다른 손님을 공략하기 시작했습니다.

 

참으로 다이내믹한 일상입니다.

 

 

 

그래도 와인은 맛이 있더군요

제 글 중에 처음으로 식당에 대한 신랄한 혹평이 이어졌지만

 

후에 알고 보니 이 가게는 '트립어드바이저' 평가 4.5점을 받은 초 맛집이었고

 

제 메뉴 선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연달아 겪은 미각의 충격으로

 

아까우니 와인은 다 비우자며 대낮부터 거나하게 취했던 하루였습니다.

 

(셰프들께 죄송하군요)

 

 

 

지금 생각해보면 와인으로 취기가 조금 있는 상태에서 성당을 가는 게 불경한 일은 아니었는지 싶지만

 

'산 루이지 데이 프란체시 성당'은 같은 유사한 아치 구조라도

 

벽면의 패턴과 구조물을 달리하여 완전히 다른 느낌을 낸 곳이었습니다.

 

재밌는 점은 성당 자체는 무료였으나, 오른쪽 사진의 '성 마태오와 천사' 작품은

 

평소에는 불이 꺼져 있다가 앞에 요금함에 헌금을 하면 사진처럼 불이 켜지며 그림을 볼 수 있게 해 두었습니다.

 

 

 

 

산테우스타키오 일 카페

그런데 고고한 건축물과 성당을 보는 것도 좋지만

 

저는 기독교 신자도 아니고 성당만 보러 이탈리아를 온 것이 아닙니다!

 

여행에 터닝포인트를 주고자, 이곳을 찾았습니다.

 

이탈리아 하면 떠오르는 여러 가지 키워드 중 빠질 수 없는 부분이 바로 '커피'이죠.

 

현재 나와 있는 대부분의 카페 메뉴 이름도 대부분 이탈리아어 일만큼 영향력이 대단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중 'Sant' Eustachio Il Caffe(산테우스타키오 일 카페)'는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에도 출현한 이력과 한 번 먹으면 계속 떠오른다는 '마약커피'로 유명한 곳입니다.

 

모든 이들을 홀린 커피의 맛은 과연 어떨지 들어가 봅시다.

 

 

내부는 가만히 서 있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인파가 꾹꾹 담겨있었습니다.

 

마치 회전초밥집에 있는 레일 위의 초밥처럼 의지와는 상관없이 타이밍만 존재할 뿐입니다.

 

매장에 들어서면 오른쪽 카운터 직원에게 '에스프레소' 한 잔을 주문하면 영수증의 귀퉁이를 찢어서 주는데,

 

이걸 왼쪽의 바리스타에게 가서 건네면 딱 한 마디만 묻습니다.

 

"Zucchero? (설탕 넣을까요?)"

 

저는 본연의 맛을 즐기고 싶었기에 "Senza Zucchero (설탕 빼고 주세요)"라고 답했습니다.

 

 

 

드디어 나온 마약커피 - 에스프레소입니다.

 

처음으로 맛보는 현지 커피인 만큼 더 경건한 마음으로 영접을 시도했습니다.

 

일단 색채로 보아도 저런 빛깔의 크레마는 본 적 없을 정도로 영롱한 황금빛을 띄었습니다.

 

한 입을 머금자,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에스프레소'를 떠올리면 미간이 찌그러질 정도의 쓴 맛을 연상합니다.

 

물론 저도 맛을 음미한다고는 하지만 그 관점에는 동의하는 편이었는데,

 

이 것은 쓰지 않았습니다.

 

다시 맛을 보아도 자극적인 쓴 맛은 찾아볼 수 없고 고소한 견과류의 느낌으로 기분 좋은 산뜻함을 주었습니다.

 

커피에 대한 지식과 맛을 잘 파악하고 있는 지금 갔더라면

 

더 정확한 평을 할 수 있었을 텐데 그 점이 많이 아쉽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조용한 곳에서 글을 적고 있지만

 

당시의 공간은 입구에서부터 달그락거리며 내려놓는 접시 소리와 사람들의 잡담,

 

사자후를 외치는 직원들의 안내멘트로 정신이 하나도 없었던 점이 기억에 납니다.

 

 

 

그래도 이곳에 온 기념을 확실히 하고자

 

판매하고 있는 커피 초콜릿을 하나 구매해서 나왔습니다.

 

그리고 밖으로 나오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내가 커피를 마셨던가...?'

 

맛도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순식간에 끝나버린 첫 커핑의 순간이었습니다.

 

 

 

 

 

[오퓰렌스] 세계에 나를 던지다 '이탈리아' - 로마 4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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