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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오퓰렌스] 세계에 나를 던지다 '이탈리아' - 로마 4편

by 오퓰렌스 2021.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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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4편]

 

오늘은 명확한 목적지를 두지 않고 도시 자체의 분위기를 즐기기로 했습니다.

 

이리저리 다니면서 사람들도 구경하고 괜찮은 카페가 나오면 들어가 보기도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모든 순간이 영화 같은 로마의 정취에 젖어 들어 가던 중, 뜻밖의 공간을 마주했습니다.

 

 

 

딱 봐도 엄청난 인파가 몰려있는 곳이길래 무슨 축제라도 있나 싶었지만

 

그 북적거림의 중심에 'Fontana di Trevi (트레비 분수)'가 있었습니다.

 

일부러 찾아와도 몰랐을 이곳을 정처 없이 걷다가 발견하게 되어 더 반갑고 벅차오르는 감동을 받았습니다.

 

로마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트레비 분수는 예상했던 것보다 더 거대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건물의 벽면 정도 크기를 통째로 차지하고 있는 조각의 모습에 경이로움을 느꼈습니다.

 

가운데 서 있는 조각상은 바다의 신 '트리톤'이고, 그 아래에 흐르고 있는 물은 바다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때문에 정말 바다의 신을 마주하듯 경배하는 마음으로 분수에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분수 가까이에 가면 사진에 나오는 것처럼 사람들이 동전을 던지고 있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뒤를 돌아 분수 쪽으로 동전 하나를 던졌을 때,

 

한 번 들어가면 다시 로마로 다시 돌아오게 되고

 

두 번 들어가면 운명의 상대를 만나게 되며,

 

세 번 들어가면 그 사람과 결혼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기에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소망을 담아 던지곤 합니다.

 

 

 

저도 로마를 사랑하는 만큼 다시 돌아오고 싶은 마음을 담아 동전 하나를 던져 넣었습니다.

 

(생각해보면 나머지 두 번을 더 던지지 않고 돌아온 것이 한이 됩니다.)

 

 

 

그런데 이 시점 이후로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행복한 순간을 경험하고는

 

여행의 첫 슬럼프가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 여행을 계획할 때 같이 가자고 했던 가족이나 지인, 친구들이 많았지만

 

고집스럽게도 '혼자' 갈 것이라며 떠나 온 여행이었습니다.

 

일생에 한 번쯤은 타인을 신경 쓰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자신을 되돌아보고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한계를 보여주고 오겠다는

 

일종의 도전 의식이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멋진 분수를 보든, 감성 있는 거리를 보고 있든 간에 홀로 감탄하고

 

건조하게 다음 행선지를 따라 마냥 걷기만 하는 일정에 조금은 지쳐가고 있었습니다.

 

사람을 피해 온 곳에서 사람이 그리워지는 순간을 경험하면서

 

그동안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다고 자부했던 저에게

 

처음으로 '외로움'이라는 익숙지 않은 감정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많은 생각과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스스로 모든 인간관계에 구애받지 않고 컨트롤하고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들이 존재해주고 있는 것만으로도 저에게 큰 힘이 되어주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사람이 너무나도 그리워졌습니다.

 

음식을 주문하거나 길을 묻을 때를 제외하면 말할 일이 거의 없는 언어를

 

지금의 행복한 감정과 풍경을 표현하는 데에 사용하고 싶었고

 

수천 년 전의 유물들과 예쁜 거리를 보면서

 

혼자만의 기억이 아니라 서로의 추억으로 채우고 싶은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귀담아듣지 않았지만 호스텔에서 만난 사람 중 한 분이 추천해 준

 

네이버 카페의 '유랑'에 가입하여 사연을 적기 시작했습니다.

 

로마에 체류하는 기간 동안 단 하루, 그것도 어려우면 식사 한 끼라도 좋으니 일정을 함께할 동행을 구했고

 

같이 대화를 할 수 있는 분이라면 누구든 환영한다는 간절함을 담아서 글을 올렸습니다.

 

 

 

기분전환 삼아 이리저리 걷다가 '나보나 광장'에 도착했습니다.

 

처음 와 보는 유럽이지만 평범한 길거리 버스킹 조차도 '현악 4중주'로 구성되어 있을 만큼

 

쉽게 들을 수 있는 클래식이 주변과도 잘 어우러지는 분위기여서 더 감동이었습니다.

 

 

 

나보나 광장은 크고 작은 분수까지 합 해 3개나 있을 정도로

 

길고 넓으며, 100년 가까이 되는 레스토랑과 카페가 즐비해 로마인들의 많은 사랑을 받는 곳입니다. 

 

그리고 분수마다 있는 조각상은 천재 조각가 '베르니니'와 '보로미니'의 작품으로 이루어져 있어

 

앙숙이었던 두 거장이 작품으로까지 신경전을 벌여놓은 구도는 가히 예술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광장을 살짝 비껴 나와 젤라토 맛집인 '퀸토 젤라테리아'로 향했습니다.

 

기분전환이 필요할 땐 달콤한 디저트 만한 것이 없죠.

 

이곳은 젤라토 위에 생크림과 과자를 서비스로 얹어주는 후한 인심으로, 가심비 좋은 맛집으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다시 광장으로 걸어와 건물 한 귀퉁이에 걸터앉아 맛을 음미하고 있는 데

 

웬 레게머리의 청년이 다가와서 말을 걸었습니다.

 

"Hey, how is it going? are you korean?(오 안녕! 너 한국인이야?)"

 

앞서 언급드렸지만 저는 사람과의 대화가 한참 그리웠던 터라

 

그렇다고 답하며 그와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임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몇 마디 대화를 나눈 뒤에 별안간 손을 내밀어 보라며 팔찌를 채우려는 모습을 보고

 

크게 실망하며 거절했습니다.

 

그는 몇 번 더 설득하더니 언제 말을 걸었냐는 듯 홱 돌아서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다른 타깃을 찾아 나섰습니다.

 

Tip: 낯선 사람이 친한 척하며 팔찌를 채워준다거나 기념품을 주려는 행위는 높은 확률로 '강매사기' 수법에 해당하니,

 

낯선 이의 친절은 항상 경계하셔야 합니다.

 

 

 

흔한 길거리의 투명인간 행위예술

이 일을 겪고 나서 사람과의 진실된 유대감이 더욱 그리워졌습니다.

 

거리에 보이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 아무 조건 없이 공감대를 맺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것에 다시 한번 외로움을 느꼈습니다.

 

 

 

대한민국의 높은 위상은 로마 한복판 에서도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냥 다 귀찮아지고 숙소에 들어갈까도 싶었지만

 

그것이야말로 현재를 잡지 못하는 나약한 행위고 더 후회만 남길 것 같아 고집스레 걷고 또 걸었습니다.

 

발걸음 닿는 대로 걸음을 이어가다가 뜻밖의 탁 트인 공간을 만났습니다.

 

쌍둥이 성당이 아름다운 대칭을 이루고 있는 'Piazza del Popolo(포폴로광장)'이었습니다.

 

(이때는 심지어 성당도 제 짝이 있는 것을 보고 부러워했습니다.)

 

현재 보수 공사 중인 오른쪽 성당 '산타 마리아 데이 미라 콜리 성당'의 비계에

 

'삼성 (Samsung)'의 광고가 붙어있는 것을 보고 고국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지는 한 편,

 

고향에 대한 향수도 느껴졌습니다.

 

 

 

 

이번에도 성당 한 귀퉁이에 앉아 빵을 먹으며 광장을 바라보다가

 

뜻밖의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한 아저씨가 비눗방울을 만들고 있었고 아이들이 주변에 서서 관심 있게 보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아저씨는 본인이 가지고 있던 비눗방울 틀을 한 아이에게 쥐어주더니

 

같이 비눗방울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한편으로 저렇게 행복한 순간을 만들어주고 아이에게까지 돈을 요구해 동심을 망치지 않을까 우려하며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았습니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한 참이나 같이 비눗방울을 만들고는

 

그 아이와 악수를 하며 신사들이 할 법한 인사로 멋지게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만든 비눗방울은 주변 아이들에게도 행복을 만들어 주어

 

칙칙했던 광장이 이내 비눗방울과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아름다운 색채를 띄웠습니다.

 

눈물이 날 정도로 아름다운 광경에 한참이나 그들의 웃음소리를 귀에 담으며 바라보았습니다.

 

 

 

좀 전까지 세상 우울한 마음으로 거리를 걷다가 행복한 마음 한 조각으로 어둠을 걷어내자,

 

어느새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하늘에도 빛이 스며들었습니다.

 

저도 조금은 더 활기 있는 마음을 먹고

 

"그래, 이런 날도 있는 거지 뭐!"

 

하며 'Piazza di Spagna(스페인광장)'의 가장 꼭대기에 있는 성당에서 많은 사람들을 바라보고 다짐했습니다.

 

날마다 새로운 태양이 뜨고 지듯이,

 

내일은 더 밝은 태양이 뜨길 바라며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을 한없이 바라보았습니다.

 

 

 

 

 

 

[오퓰렌스] 세계에 나를 던지다 '이탈리아' - 로마 5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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