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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오퓰렌스] 세계에 나를 던지다 '이탈리아' - 로마 5편

by 오퓰렌스 2021.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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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5편]

 

산타마리아 마조레 대성당

어젯밤에는 호스텔 사람들과 말을 트면서 오래간만에 이런저런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드디어 첫 동행을 구하게 되었습니다!

 

오늘의 동행자는 같은 방에 투숙하던 J형 입니다.

 

한국에서 공항직원으로 근무했던 그는

 

퇴사를 하고 다음 직장을 찾는 동안 세계를 돌아다니며 머리를 식히던 중 이곳에서 만나게 된 인연입니다.

 

이런저런 대화를 하면서 통하는 점이 많았고 그도 재밌을 것 같아 일정을 같이 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혼자 가기에는 버거워 고민했었던 '바티칸 투어'를 하기로 했습니다.

 

Tip: 바티칸투어는 개인적으로 가도 상관없으나, 보통 숙소에서 코스를 끼고 있는 패키지 상품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정도 다 짜여 있어 편리하고 경비도 줄일 수 있어 숙소 패키지 투어를 추천드립니다.

 

무엇보다 아무리 유명한 작품을 보고 있더라도 가이드의 설명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천차만별입니다.

 

 

 

 

마! 이게 바로 한국인의 저력이다!

패키지는 숙소에서 예약했지만 별도의 가이드 업체에서 운영하는 것을 알선해준 것이라 

 

실제 약속 장소에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그것도 전부 한국인 가이드를 찾아 온 분들이라 

 

로마에 이렇게나 많은 한국인이 있었는지 처음 알았습니다.

지하철을 타더라도 한칸을 통째로 점령하다시피 모인 인파가

 

깃발 든 가이드 한 분을 따라 이리저리 대이동 하는 진풍경을 이루었습니다.

 

 

 

 

어느 정도 길을 걸었을 때 가이드님이 커다란 성벽을 가리키며

 

"저 성벽을 넘어가면 바티칸입니다. 우리는 그 벽을 넘기 위한 입국심사를 기다리는 겁니다!"

 

그 말에 만약 혼자 가이드 없이 왔으면 어쩔 뻔했나 싶었습니다.

 

로마 시내 안에 있다고 해서 그냥 박물관 들어가 듯 간단할 줄 알았더니

 

엄연히 '다른 나라'에 들어가는 과정이다 보니 엄숙한 입국심사 과정을 거치는 듯합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경험인 '육로로 국경넘기'를 처음 해 본 곳도 바로 이 순간이었습니다.

 

 

 

그나저나 이른 새벽에 와서 기다리고 있음에도 이미 길게 줄을 서고 있을 정도로

 

입국을 기다리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가이드님은 그동안 우리 일행들의 줄을 몇 번이나 돌아다니면서

 

심사에 필요한 정보와 준비물을 꼼꼼히 체크했습니다.

 

 

 

 

그리고 막간을 이용해 바티칸에 관련된 정보들도 알려주셨는데

 

사진 속 보이는 '바티칸 박물관' 정문 위 조각상 중 왼쪽에 있는 사람은 '미켈란젤로'로,

 

내성적인 성격을 표현하고자 사람들이 줄 서고 있는 방향으로부터 고개를 돌리도록 표현되었고

 

그 옆에 사람들을 관심 있게 보고 있는 '라파엘로'는 평소 사교적인 성격을 표현하고자

 

이와 같은 구도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아직 본 게임은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듣는 이야기부터

 

벌써 흥미진진하고 지루할 틈 없는 가이드 투어로 기대가 됩니다.

 

 

 

바티칸 박물관의 그림은 이전에 경험했던 미술관을 전부 지금까지의 '본편'을 위한 '체험판'으로 만들어 버릴 만큼

 

아무리 미술에 조예가 없는 사람이라도 교과서에서 봤을 법한 그림들로 즐비했습니다.

 

게다가 가이드님의 귀에 쏙쏙 들어오는 설명은 그림에 대한 해석과 의미를 더 깊게 와닿게 해 주었습니다.

 

마치 아무 의미 없는 몸짓에도 이름을 불러주니 꽃이 된 시도 있듯이

 

평평한 그림이 설명을 받아 입체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입니다.

 

 

 

위 그림은 초입에서 볼 수 있는 바로크 양식으로,

 

이전에는 성스러운 존재를 표현하기 위해서 머리에 '후광'을 표현한 노란 원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주제 또한 '신'을 포함한 절대적이고 초월한 존재들을 주 소재로 하였으나,

 

시대를 거치며 다양한 형태로 탈바꿈하기 시작했습니다.

 

 

 

왜 이렇게 굳이 딱 반을 나누어 촌스럽게 그렸을까 싶은 그림도

 

작은 캔버스에만 그리던 것이 익숙했던 라파엘로가

 

큰 그림을 그릴 때 쉽게 하려고 적용한 방법임을 알게 되었고,

 

 

 

단순히 '이제야 좀 실사처럼 잘 그렸네' 하며 넘어갈 수 있는 그림도

 

르네상스에 접어들면서 초월적인 존재보다는 인간에 집중하게 되고

 

절대적인 신들조차도 스스로 후광을 내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내리쬐는 빛을 받는 각도로 표현하였으며,

 

인간처럼 죽을 수도 있다는 나약한 존재로 표현한 의미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가이드님의 설명은 내용과 센스면에서 투어비가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로 풍부한 지식을 채워주었습니다.

 

 

 

본격적인 하이라이트 구간을 보기 전 잠시 외부로 나왔습니다.

 

푸른 잔디가 깔려있는 탁 트인 광장이 나왔고 한쪽에는 보수 중인 건물이 보였습니다.

 

제가 일전에 찾아본 바로는 그 건물도 굉장히 아름다운 외관을 하고 있었지만

 

당시에는 확인할 길이 없어 아쉬울 따름이었습니다.

 

 

 

이따금씩 로마 시내에서도 보이던 갈매기가 여기에도 있었는데,

 

가이드 분은 이 갈매기 조차도 언급하며 설명해주셨습니다.

 

이 친구들은 바다에서 자라는 것이 아니라 로마 시내에서 태어나고 자라는데,

 

원래 바다에서 살아야 할 습성이 도심으로 완전히 적응하면서

 

사람들이 먹다 남기고 간 피자를 주 먹이로 섭취한 탓에

 

몸집도 저렇게 불어났다고 합니다. 

 

(이래서 탄수화물이 위험합니다.)

 

 

 

 

여기서 집중적으로 설명한 부분은 바로 미켈란젤로의 인생작 '천지창조'였습니다.

 

아직 투어는 반의 반 정도밖에 오지 않았고, 천지창조를 보는 시점이 절반에 접어드나,

 

지금 내용을 설명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후 이어질 코스에 따로 공간이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이 시간에도 여러 많은 에피소드들을 들어가며 당대 미켈란젤로를 포함해 얼마나 수많은 화가, 건축가, 조각가들의

 

활약이 있었는지 실감되지 않을 정도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었습니다.

 

 

 

한참이나 설명을 듣고 다음 경로로 걸음을 옮기는 데 정말 가이드님이 예언했던 대로

 

발 디딜 틈 없는 공간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라오콘 군상', '트리톤', '지도의 방' , '아테네 학당' 등

 

점점 하이라이트로 가는 만큼 굉장한 작품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천지창조'의 원본을 실물로 영접했습니다.

 

한 공간으로 되어 있는 큰 홀 안에 보통 강당의 두배는 되어 보이는 아득한 천장 높이.

 

그리고 메인 그림이 있는 곳 아래조차도 접근하지 못하도록 바리케이드를 해두어

 

불후의 역작이라는 명성을 실감케 했습니다.

 

정말 아쉽게도 이 공간은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보여드릴 수 없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지만

 

바티칸 투어의 꽃인 천지창조까지 보고 나서야 

 

J형과 저는 "본전 제대로 뽑았다" 하며 만족했습니다.

 

 

 

가이드 분은 이곳에서 잠시 멈추고 공지사항을 전달했습니다.

"자 현재 투어의 반에 접어들었습니다. 여기에서 투어를 종료하실 분은 왼쪽 문으로 나가시면 되고,

 

이후 투어를 함께하실 분은 오른쪽으로 같이 따라오시면 되겠습니다!"

 

저와 J형은 고민할 필요도 없이 왼쪽 문을 통해 밖으로 나왔습니다.

 

 

 

보는 동안은 내색을 하지 않았지만 조금 걷다가 잠시 서서 설명을 듣고 사진 촬영.

 

다시 걸었다가 서서 듣고 촬영. 이 과정을 무수히 반복하다 보니

 

나중에는 빨리 나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정도로 피로감이 극에 달했습니다.

 

그리고 서로 입을 모아 "나는 미술관 체질은 아닌가 보다" 하며 광장으로 나와

 

가장 먼저 보이는 그늘에 바로 가서 걸터앉았습니다.

 

 

 

열쇠를 연상시키는 둥근 형태의 광장은 매우 웅장한 규모를 자랑했고

 

로마의 4대 성당 중 하나인 '산 피에트로 대성당'은 이름값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바티칸의 명물이었습니다.

 

잠시 숨을 돌리다가 그래도 이곳을 남기고 싶어 번갈아 가며 인생 샷을 건져주었습니다.

 

 

 

 

점심은 근처 Mac에서 간단히 먹었습니다.

 

여기서 받은 한 가지 문화충격은 점은 바로 '케첩'을 돈 내고 사서 먹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보통 세트는 물론이고 감자튀김만 구매해도 당연히 같이 나오는 게 케첩이었는데

 

300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구매'해야 한다니 사뭇 큰 금액으로 와닿았습니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케첩 없는 퍽퍽한 감튀를 섭취했습니다.

 

 

 

 

다음은 결코 놓칠 수 없는 'Old Bridge (올드브리지)' 젤라또 가게 입니다.

 

올드브릿지는 로마 3대 젤라또 중 하나이며, 로마에만 여러 점포가 있을 정도로 유명한 곳으로,

 

한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리소 (쌀 맛)' 젤라또가 있어 가이드 북에도 더욱 필수로 소개된 곳이었습니다.

 

또한 바티칸 근처에 있는 이 점포는 교황이 직접 방문해서 먹은 것으로도 유명하며,

 

나와 있는 평 중에는 "바티칸 박물관에 별 감흥이 없었다면 이 젤라또 가게만 강렬히 기억날 것입니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명불허전이라 해서 들어가 보았습니다.

 

 

 

누가 봐도 잘생긴 현지로마인 직원들이 좁은 주방에 세명이나 서서 주문 받고 있었는데

 

저는 늘 하던 대로 "Uno gelato Per favore (젤라또 하나 주세요)"라고 하자,

 

직원으로부터 "무슨 맛?" 하며 한국어 답변이 왔습니다.

 

제가 한국인이라고 먼저 밝히지도 않았는데 예상외로 너무 또박또박했던 발음이라 잠시 당황했다가

 

"Riso Per favore (쌀 맛 주세요)"

 

"다음, 무슨 맛?"

 

"pistacchio per... (피스타치오로...) 피스타치오 맛 주세요"

 

"마지막 맛!"

 

"바닐라로 주세요"

 

하고 아예 한국어로 소통 해 버렸습니다.

 

고향과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나라의 수도 한복판에서 모국어로 현지 디저트를 주문하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요.

 

J형도 신기하게 보다가 이내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이대로 들어가긴 아쉽고 저녁을 먹기엔 이른 시간.

 

마지막으로 한 군데 돌아볼 곳으로 정한 곳은 '자니콜로 언덕'이었습니다.

 

걸어가기에는 조금 거리가 있어 버스를 이용했습니다.

 

언덕까지 걷고 이동하며 J형과 이런저런 대화를 하며

 

실용적인 기념품 구매도 배워가는 등 많은 정보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그토록 원하던 소통을 하며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활기를 띈 걸음에

 

이제야 '여행하는 맛'을 제대로 음미했습니다.

 

 

 

로마 시내 전역이 한눈에 다 보이는 자니콜로 언덕은

 

한적하고 사색하기 좋은 장소였습니다.

 

J형도 생각에 잠긴 듯 둘은 잠시 말을 멈추고 앞에 펼쳐진 풍광을 지긋이 눈으로 담았습니다.

 

지금까지 걸어온 명소들과 거리들을 다시금 떠올리면서 유구한 역사를 지니고 있는 이 공간에 제가 와 있다는 감격이

 

비로소 피부로 와닿았습니다.

 

 

 

그리고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라는 말이 있듯이, 로마의 일정은 아직 남아있었지만

 

모든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더라도

 

언젠간 다시 이곳에 서서 내가 돌아왔다고 외치겠노라 다짐했습니다.

 

 

 

 

 

[오퓰렌스] 세계에 나를 던지다 '이탈리아' - 로마 6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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