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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오퓰렌스] 세계에 나를 던지다 '이탈리아' - 로마 7편

by 오퓰렌스 2021.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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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7편]

 

 

다음날 아침, 오전부터 L누나와 재회했습니다.

 

원래 같이 하기로 했었던 일정은 어제까지였는데 오늘도 또 일정을 같이 하기로 했습니다.

 

그녀는 오늘 저녁에 귀국 편 비행기를 타야 해서 이른 오후 정도까지만 로마에 머물 예정이었지만,

 

저에겐 그 정도도 충분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유명한 티라미수 가게 'Pompi (폼피)' 에서 티라미수 한 판씩 사 먹었습니다.

 

부드러우면서 달콤하고 무겁지 않으며 산뜻한 티라미수의 식감은 이제껏 먹어보지 못한

 

차원의 맛이었습니다.

 

 

 

왼쪽은 티라미수 전문점 '폼피', 오른쪽은 로마 3대 젤라토 중 하나 '지올리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이제 그 맛을 혼자만 즐기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와 공유할 수 있는 '추억'이 될 수 있다는 점이었죠.

 

어떤 것을 보거나 맛보더라도 그 행복이 배가 되는 느낌입니다.

 

 

누나의 요청대로 다시 스페인 광장을 찾았습니다.

 

제가 스페인광장의 맛집 포인트를 보여준 이후로 

 

이 공간에 제대로 빠진 모양입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정상에 올라서서 경치를 몇 분간 감상하다가 그래도 여행 마지막 날인데

 

여기에만 계속 있기엔 시간이 아까우니 조금 움직이기로 했습니다.

 

근처 기념품샵에서 마그넷도 사고,

 

 

나보나광장 - 트레비분수 - 판테온

제가 갔었던 코스 중 좋았던 곳으로만 골라 순회공연하듯 전부 돌았습니다.

 

마지막으로 판테온까지 다다르자 얼추 점심때가 되었습니다.

 

 

 

사실 1주일 넘게 체류하고 있지만 이곳의 현지 식당 경험으로는 맥날을 제외하고

 

입에 맞는 음식을 먹어 본지 오래되었습니다.

 

때문에 식사 때 마다 식당을 정하는 게 늘 고민이었습니다. 

 

하지만 L누나는 본인이 늘 하던 방식대로 눈에 띄는 음식점 한 곳을 툭 고른 다음 바로 성큼성큼 들어갔습니다. 

 

 

 

제가 봐온 그녀의 스타일은 결정의 순간마다 오래 고민 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일단 '먼저 시도해 보고 안되면 말지' 하는 마인드로 선택을 두려워하지 않고 

 

결과에도 미련없이 깔끔하게 승복하곤 했습니다. 

 

평소 철저히 분석해 검증된 곳만 갔음에도 매번 실패해 스트레스였던 저로서는

 

그 대담함이 신선한 충격으로 와닿았고 좋은 영향으로 이어졌습니다.

 

 

 

무심코 들어간 식당의 테라스에 자리를 잡아 앉았습니다.

 

체크 패턴의 테이블 색감이 뜨거운 로마의 햇살과도 잘 어우러졌고

 

한적한 오후의 감성을 느끼기에 충분했습니다.

 

판테온에 여러번 왔었지만 왜 이런 곳을 찾지 못했는지 새삼스러운 순간입니다.

 

 

메뉴는 다른 것을 시도하기 두려워 가장 기본적인 피자 '마르게리타'와 파스타 '알리오 올리오'를 주문했는데

 

단언컨대 처음으로 '맛있는' 식사를 했던 기억이 바로 이곳의 메뉴입니다.

 

식사의 맛을 음미하며 즐긴 적이 얼마만인가요.

 

허기진 그동안의 세월을 보상받고자 배가 불렀음에도 한없이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그녀의 즉흥적인 선택을 신뢰하며

 

'가끔씩은 계획하지 않아도 마음 가는 대로 가도 괜찮아'

 

하는 가르침을 얻었습니다.

 

 

 

이제 슬슬 L누나의 기차시간이 성큼 다가오게 되었고

 

그녀는 이곳을 더 깊이 눈에 담아 싶다고 해서 다시 스페인 광장 정상을 올랐습니다.

 

그 마음을 헤아려 주는 듯 몇 번이나 봐 왔던 풍경이지만 지금까지 본 광경 중 가장 아름다운 뷰를 보여주며

 

저도 한참이나 그 순간을 가슴에 담았습니다.

 

 

 

이제 슬슬 역으로 가야지? 하고 역까지 배웅해주려 일어났는데 한 가지 간과했던 사실이 있었습니다.

 

로마에 올 때 조차도 별 계획없이 빠른 기차 편 아무거나 잡아서 온 그녀.

 

집으로 가는 기차편도 대강 '그때 가서 사지 뭐' 하는 심정으로 예약해두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그럼 '기차 시간이 되었다'는 무슨 말이냐 했는데 비행기표 시간을 보고

 

'얼추 이 시간이면 역에 가서 빠른 걸로 타면 되겠지' 하는 나름의 계획이었다고 합니다.

 

 

 

저는 경악을 금치 못하고 마치 제가 늦은 듯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때문에 기차 역에 도착하자마자 인파를 헤집고 기차표를 구매하는 데 혈안을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개찰구로 들어가려는데 이번에는 뒤주만큼 커다란 그녀의 캐리어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가방은 제가 들어줄 테니 어서 표를 먼저 건네라고 보내며 바쁘게 뒤따라가 전송했습니다.

 

그녀는 정말 숨 넘어갈 듯 짜릿한 마무리를 보여주며 혜성같이 나타난 만큼 혜성같이 헤어졌습니다.

 

 

 

 

누나가 떠나고 다시 혼자가 되어 가장 먼저 한 일은 젤라또 먹기였습니다.

 

하지만 조금 달라진 것이 있다면 L누나는 J형 보다 더 오랜시간을 함께한 터라 상실감도 클 줄 알았는데 

 

그간 크고작은 이별과 만남을 겪어 보았다고 나름 성숙해진 듯 무덤덤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중 하나는 저도 이곳에서의 시간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죠.

 

8일간 계획했던 로마의 기간이 오늘을 마지막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처음 테르미니역에 왔을 때만 해도 아이가 걸음마를 떼듯이 엉성하고 낯설었던 순간 투성이었지만

 

어느새 의식하지 않아도 가방을 앞으로 메고있고 종업원과는 간단한 농담까지 나누며

 

길가던 행인이 '바티칸' 가는 길을 물어도 능숙하게 알려줄 만큼 적응해 있었습니다.

 

 

 

그런 익숙함을 벗어나 다시 새 도시에서 새 여정을 시작하려니 조금 떨리고 걱정도 되었지만

 

충분히 적응해 온 만큼 앞으로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며 짐을 꾸렸습니다.

 

그리고 저의 사색을 도와주는 듯 오늘 밤에는 공교롭게 아무도 오지 않아,

 

한참이나 불을 켠채 그동안의 사진을 정리하며 새로운 결심으로 방을 채웠습니다.

 

 

 

 

 

 

[오퓰렌스] 세계에 나를 던지다 '이탈리아' - 바리 1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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