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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오퓰렌스] 세계에 나를 던지다 '이탈리아' - 바리 1편

by 오퓰렌스 2021.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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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 1편]

 

꼭두새벽에 일어나서 짐을 싸고 나갈 채비를 했는데

 

저보다 더 일찍 호스텔에 들러 아침을 점검하시던 사장님과 마주쳐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사장님은 처음 반겨주셨던 그대로 "즐거운 여행 되셨어요?" 하고 물으시길래

 

한 달 뒤에 또 뵙겠다고 인사드렸습니다.

 

실제로 한 달 뒤에 로마의 이곳으로 다시 돌아와 잠시 묵고 다음날 한국으로 귀국행 비행기를 탈 예정이었기에

 

마냥 기약 없는 약속은 아니었습니다.

 

 

 

문을 열고 나와 가장 먼저 보인 거리는 처음에 사장님께서 보여주신 그 거리였습니다.

 

핸드폰 들고 다니면 눈앞에서 곧바로 채가는 곳이니

 

꼭 주머니 안에 두고 다니라던 충고가 귓가에 생생히 들리는 듯합니다.

 

다행히 물건을 도둑맞은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5분 정도 방심했을 때 바로 가방이 열려있던

 

이 거리의 모습도 이젠 그리워질 듯합니다.

 

 

 

새벽의 테르미니역은 낯과는 다른 느낌으로 분주하고 정신없었습니다. 

 

로마의 심장 격인 만큼 수많은 사람들이 이동하고 들어오는 곳임을 실감했습니다.

 

그 인파 사이를 위화감 없이 거닐고 있는 비둘기가 이국적인 모습입니다.

 

 

 

'바리 (Bari)'행 기차표의 모습입니다. 둘째 날에 사기꾼이 싸게 구해준 그 표입니다.

 

그가 어디 가냐고 물었을 때 '바리(Bari)'라고 답하니 '파리(Paris)'로 알아들어

 

졸지에 프랑스 국경을 넘을 뻔했던 기억도 납니다.

 

떠나는 순간까지 모든 부분에 에피소드가 묻어 나와 쉽사리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 감성은 기차에 몸을 싣고 머리를 기대자마자 깊은 수면모드로 전환되었습니다.)

 

Tip: 이탈리아 기차표는 타기 전에 꼭 근처에 있는 펀칭기를 찾아 표 인식을 찍어야 합니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을 경우 검표 과정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습니다.

 

버스는 검표를 거의 하지 않아 무임승차가 많지만, 기차표는 철저히 검사하는 편이니 반드시 체크하도록 합니다.

 

 

 

7시간 동안의 이동시간을 어떻게 버티나 걱정했었는데

 

이코노미임에도 승차감이 너무 좋아서 자다가 몇 번 눈을 떴다가 감기를 반복하니

 

어느새 '바리'에 거의 다다랐습니다.

 

 

 

바리의 첫인상은 지방의 시골 동네 분위기였습니다.

 

왕래가 자주 일어나지 않음을 보여주듯 사진 속 철도 사이에 자라 있는 잡초마저도

 

한적한 간이역 느낌을 물씬 풍겼습니다.

 

 

 

로마까지도 관광지의 느낌이라 이방인의 느낌이 덜했지만

 

이곳은 정말 한국인을 포함한 동양인이 저밖에 없을 것 같은 외진 느낌이었습니다.

 

 

 

이렇게 깊은 동네에 온 이유는 단 하나,

 

바로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알베로벨로'를 보기 위함입니다.

 

'알베로벨로'는 저뿐만 아니라 이 도시를 찾는 모든 여행자가 그러하듯

 

이탈리아의 전통 가옥 방식인 '트룰리'가 잘 보존되어 있는 마을로,

 

우리나라 '안동 하회마을' 정도로 이해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게다가 그 느낌이 로마제국 시절보다도 훨씬 더 원시적인 주거 형태이면서

 

실제 현지인이 거주하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기에

 

더 관심 있게 점찍어 둔 곳입니다.

 

 

 

주변을 여유롭게 둘러보고 싶었지만 '기존 짐+기념품'으로 어깨 짊어진 짐이 상당했기에

 

최단거리로 계산해서 바로 호스텔로 왔습니다.

 

그러자 코 피어싱이 매력적인 금발의 직원이 나와서 체크인을 도와주었고

 

알베로벨로 패키지에 대해 설명해 주었습니다.

 

역시 앞서 언급한 대로 이곳에 오는 목적은 사실상 알베로벨로 밖에 없기에

 

호스텔마다 투어상품은 기본적으로 끼고 있는 듯합니다.

 

덕분에 어떻게 가야 하나 싶었는데 손쉽게 해결되었습니다.

 

 

짐을 간단하게 꾸리고 나서야 마음의 여유가 생겨 산보를 나섰습니다.

 

다시 찬찬히 둘러보니 비록 아담할지언정 충분히 매력이 있는 도시였습니다.

 

소도시로는 처음 방문한 곳이어서 이탈리아 소도시의 매력을 처음 느끼게 된 순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오자마자 가장 기대했던 점은 바로 '바다'였습니다.

 

이탈리아도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반도이자,

 

그 바다가 무려 '지중해'인 곳이기에 이곳의 바다를 보지 않는 것은

 

뉴욕에서 자유의 여신상을 보고 오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철저히 아무도 모르는 곳에 와 있다는 적적한 심정이 단숨에 치유되듯

 

잔잔한 지중해의 물결이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습니다.

 

이런 면에서 바다는 국가를 불문하고 사람의 마음을 치유해주는 순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느새 날이 저물어 갈수록 다채로운 색을 더하고 있는 항구도시 바리였지만,

 

역시 동행도 없고 아직 이 도시의 치안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이 되지 않은 상태이기에 숙소로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그럼에도 어느 곳이던 저녁은 밥 짓는 냄새, 사람 사는 냄새가 난 다는 것.

 

오히려 시끄러운 대도시보다 사색하기 좋은 곳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호스텔에 들어와서 유일하게 동양인으로 보이는 친구와 말을 텄습니다.

 

그렇게 알게 된 홍콩 출신 사진작가 H는

 

스스럼없이 본인이 하루 종일 찍은 카메라의 사진을 보여주며 빠르게 친해졌습니다.

 

이에 탄력을 받아 그가 잠시 화장실에 나간 사이 친구 하나 더 모아서 저녁이나 먹을까 싶은 마음에

 

이층 침대 위에 누워 노트북을 하고 있던 백인 친구에게도 말을 걸었습니다.

 

일전에 몇 번 마주치면 인사도 잘 나누어서 이 정도는 괜찮겠다 싶었는데

 

분명 거의 바로 귀 옆에서 말을 걸었고 제 말을 알아들은 기색을 보였음에도

 

돌아보지도 않고 본인이 할 일을 계속했습니다.

 

더불어 들어온 H도 저녁은 미리 먹고 들어왔다 해서 홀로 산보를 나갔습니다.

 

 

 

사실 따로 동행을 구하지 않아도 식사는 혼자하는 게 편했지만

 

그래도 나름 새 장소에 와서 새 친구를 사귀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처음으로 군 시절 유학파 맞맞선임이 말해주던 '개인주의' 문화가 어떤 것인지 납득하게 되었고

 

예의상 인사는 낯선 사람과도 편견 없이 나누지만,

 

실제 깊은 친분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주로 같은 인종, 문화권 사람끼리 이루어진다는

 

'멜팅 팟 (Melting Pot)'이 무엇인지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도시, 더 많은 사람을 만날 예정인데 조금은 쉽지 않겠다는 생각과 동시에

 

그래도 여기까지 잘 달려오고 있다고 스스로를 독려하며

 

조금은 복잡했던 바리에서의 첫날을 마무리 짓는 밤이었습니다.

 

 

 

 

 

 

[오퓰렌스] 세계에 나를 던지다 '이탈리아' - 바리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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