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해외여행

[오퓰렌스] 세계에 나를 던지다 '이탈리아' - 피렌체 1편

by 오퓰렌스 2021. 9. 11.
반응형

[피렌체 1편]

 

 

어젯밤이 되어서야 처음 알게 된 사실은 제가 묵고 있던 방이 '혼성' 방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남녀 간의 분리가 엄격한 한국사회에서는 전혀 볼 수 없던 문화를 직접 경험하고 나니

 

왜 '문화충격'이라는 단어가 생겼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어쨌든 짧은 충격은 뒤로하고 오늘은 로마 때 보다 더 일찍 채비를 꾸리고 나와 밤거리를 걸었습니다.

 

상쾌한 바리의 새벽 공기를 가르며 기차역에 도착했습니다.

 

 

 

저는 한 달간 머물러야 하는 장기 여행자이기에 줄일 수 있는 모든 부분을 줄이느라

 

기차도 오로지 가장 저렴한 이코노미로 결제해 왔습니다.

 

그 점은 이번 티켓도 예외가 아니었는데

 

이코노미 가격에 이 정도 좌석일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물론 퍼스트 클래스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겠지만

 

과분할 정도로 깔끔하고 쾌적한 분위기입니다.

 

 

 

그리고 이곳이 앞으로 9시간 동안 몸을 의탁해서 함께 가야 할 좌석입니다.

 

심지어 환승 1번까지 포함해서 총거리로 12시간에 달하는 장거리였는데

 

처음 소요 시간을 들었을 때는 경악했지만

 

취한 듯 눈을 붙였다가 떼면 기본 3, 4시간씩 흘러가 있으니 생각보다 무난한 여정이었습니다.

 

비단 그 이유는 훌륭한 승차감과 쾌적한 객실환경에 있었겠지요.

 

 

 

그중 가장 많이 본 풍경은 바로 '해변'이었습니다.

 

한반도 지형으로 따지자면 포항에서 충북으로 향하는 루트가 되겠으나,

 

한국에서는 기차가 해안 가까이 달리는 구간을 명소로 정할 만큼 (정동진) 드문 지형인데 반해,

 

이곳은 이 풍경만 거의 몇 시간 째 보일 정도로 흔한 기찻길의 한 부분입니다.

 

 

 

그리고 눈을 붙였다가 떼면 객실 안의 사람도 전부 바뀌어 있었는데

 

다행스럽게도 그동안 도난 사고는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한 아주머니가 무료하고 어색한 분위기를 깨고

 

우리가 속한 객실 인원 모두에게 초콜릿을 건네는 것을 보고

 

역시 사람이 있는 곳은 늘 '정'이 따라가고 있음을 실감했습니다.

 

 

 

그렇게 금세 9시간이 지나 환승역에 도착했습니다.

 

다음 열차를 기다리는 시간 동안 전 역전에서 구매한 빵, 음료로 아점을 대신했습니다.

 

그리고 일정을 조정하다가 동선에 살짝 혼동이 있어 이탈리아 현지 친구 Mh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탈리아 여행을 계획하기도 전에 현지 친구의 집에 초대받아 가정식을 맛보고 싶어

 

수많은 이탈리아인들에게 메시지를 보냈지만

 

Mh는 유일하게 가장 반갑게 맞이해 준 친구였습니다.

 

그래서 이번 여행의 마무리에 그녀의 고향인 베네치아에서 만날 것을 고대하며 지속적인 연락을 이어왔습니다.

 

그녀는 비로소 제가 피렌체로 가는 도중이라 연락을 보내니

 

"네가 내가 있는 곳으로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설렌다"며 반겨주었습니다.

 

 

 

그 환대 덕에 12시간의 여정을 마치고 무사히 '피렌체'에 도착했습니다.

 

피렌체는 이탈리아 여행을 계획하면서 가장 오고 싶어 했던 도시였고,

 

이 여행의 목적이 여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제 롤모델 '박성진' 작가가 실제 운영하고 있는 호스텔 '지니 민박'에 머물면서

 

실물로 그를 영접할 기대를 품고 있었기 때문이죠.

 

 

 

지금껏 여정을 거쳐오면서 설레고 떨리는 여러 순간들이 있었지만

 

이 초인종을 누르는 순간만큼 '꿈에 가까워지는 심정'을 느낀 적은 없었습니다.

 

 

 

이미 짐작하셨겠지만 이곳은 한인민박으로,

 

3일 만에 다시 재회한 한국인이지만 거의 몇 달만에 만난 느낌으로 신기하게 여겨졌습니다.

 

호스텔 직원의 안내를 받고 자리에 짐을 풀었습니다.

 

 

 

내부는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유럽식 가옥 구조를 유지하면서

 

모던한 느낌으로 리모델링한 부분이 잘 어울렸습니다.

 

그렇게 호스텔의 곳곳을 찬찬히 둘러보면서 감회에 젖었습니다.

 

정말 이곳에서 그를 볼 수 있을지,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벌써부터 설레는 시작입니다.

 

 

 

이제 다음 도시로 가는 표 발권 정도는 식은 죽 먹기보다 더 쉽습니다.

 

바로 간단히 채비를 마친 후 산보를 나간 김에 '베네치아행'으로 발권한 표 사진을 Mh에게 보내주니

 

이미 그쪽도 제가 여기에 온 것만큼이나 난리가 났습니다.

 

 

 

홀로 걷는 야경이었지만 피렌체는 지금껏 겪었던 이탈리아의 도시 중 유일하게

 

밤에 걸어도 안전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조명이 도시 곳곳을 사각지대 없이 비추는 것도 있었고

 

사람들이 빈틈없이 골목골목을 채우고 있는 것도 있었겠지만,

 

이미 그 도시에서 느껴지는 분위기 자체가 포근하고 고향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중에도 오아시스를 잘 찾아내어 저녁식사도 완벽하게 해결했습니다.

 

맥날을 지표로 구분해 본 결과, 같은 나라임에도 도시마다 조금씩 물가 차이를 보였습니다.

 

아직까지는 한국과 비교해도 무난하게 경제적인 수준입니다.

 

(다만 여전히 케첩을 돈 주고 사 먹어야 한다는 점은 영 아쉬운 부분입니다.)

 

 

 

산보를 마치고 방에 들어왔는데 아까 미리 자리 잡고 있던 나머지 두 침대의 주인들이

 

전부 들어와 있었습니다. 간단히 인사를 나누었는데 매우 빠르게도 이런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저희 지금 한 잔 할 건데 같이 하실래요?" 

 

이 말이 이렇게 설레는 말인 줄 몰랐습니다.

 

 

 

심지어 제가 나가서 사 오겠다는 것도 만류하고 한 병을 쓱 건네며 건배를 나누었습니다.

 

몇 마디 대화로 알게 된 사실은 그 둘은 원래 고향에서 알고 지내던 고향 선후배 사이며,

 

선배는 현재 이곳에 유학을 왔다가 졸업시즌을 맞아 여행 중이고

 

후배분은 군대 가기 전에 선배랑 여행하러 여기까지 온 스토리였습니다.

 

세상은 넓고 멋쟁이들은 참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스스로를 낯선 곳으로 던져보고 싶어 왔다고 했더니

 

제가 그들에게 보였던 반응을 그들이 저에게 보였습니다.

 

그렇게 낯선 이들과의 친근한 대화로 피렌체의 전야제를 기분 좋게 마무리 지었습니다.

 

 

 

 

 

[오퓰렌스] 세계에 나를 던지다 '이탈리아' - 피렌체 2편에서 계속...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