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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오퓰렌스] 세계에 나를 던지다 '이탈리아' - 피렌체 2편

by 오퓰렌스 2021.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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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2편]

 

 

 

이른 아침, 전자시계의 알람을 듣고 일어났는데 평소에 7시로 맞추어 놓던 것이

 

8시가 되어서야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시계가 고장 났나 싶어 한참이나 조작을 해보고 있는데

 

맞은편에 침대에서 자다가 제 알람에 깬 사람이

 

"어제 부로 서머타임 끝났어요. 그래서 시계가 다시 돌아왔나 보네요."

 

라고 상황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나중에 찾아보니 유럽권에는 여름의 낮이 긴 것을 이용해

 

'서머타임'이라는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데 그 시각이 손목시계 알람까지 바꿀 정도로 차이를 보이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당시에는 마치 포탈을 넘어 평행우주의 다른 공간으로 넘어온 듯한 착각마저 들었습니다.

 

 

 

그래도 한국에서 늘 아침밥 챙겨 먹던 배꼽시계는 정확하게 울려서

 

바로 아침을 먹으러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호스텔 방에 같이 묵고 있던 분이 며칠 먼저 여기에 머문 조언으로

 

"이곳 사람들은 아침 시간도 되기 전에 줄 서서 대기하고 있다가 땡 하면 달려가서 먹어요.

 

그래서 자리에 앉아서 먹고 싶거든 일찍 일어나서 줄 서있는 게 좋을 거예요"

 

했었는데 그 말이 실화였습니다.

 

하마터면 두 자리가 아니라 한 자리도 얻지 못했을 정도로 치열한 자리싸움에

 

앞으로 7일간 묵을 아침이 쉽지는 않겠다는 예상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박성진' 님의 어머니가 직접 차려주시는 리얼 한국인의 밥상은

 

영혼까지 채워지는 감동의 맛이었습니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홀로 역전으로 나왔습니다.

 

오늘의 일정은 미리 잡아 둔 동행과 근교를 먼저 돌아볼 예정입니다.

 

시내야 언제든 돌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빠른 시일 내에 근교를 다 돌자는 전략이었습니다.

 

 

 

 

오늘의 동행 'Y누나'를 만났을 때는 거의 점심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그래서 만나자마자 통성명을 하기도 전에 마트로 들어가 간단히 점심을 사서 기차에 올랐습니다.

 

 

 

기차로 이동하면서 이런저런 대화로 서로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Y누나는 로마에서 만난 L누나 버금가는 자유로운 영혼으로,

 

L누나가 즉흥으로 결정해 로마행을 선택했다면

 

이 분은 무려 한 달째 그런 방식으로 이탈리아를 돌고 계신다고 합니다.

 

여행 방법은 구글 지도를 펼쳐놓고 이곳저곳 둘러보다가

 

"어 이쁘다' 싶은 곳이 있으면 좌표를 찍어 바로 이동하는 식이라고 합니다.

 

... 정말 세상은 넓고 고수는 많습니다.

 

 

 

이 날의 행선지는 바로 'Cinque Terre (친퀘테레)' 였습니다.

 

친퀘테레는 이탈리아어로 '다섯 개의 마을'이라는 뜻으로,

 

5개의 마을이 해안선을 따라 철도와 도보로 이어져 있어 트래킹 코스로도 유명한 곳입니다.

 

그중 '몬테로소'가 바로 제가 군대에서 그려온 3개의 드림샷 중 한 포인트를 차지하고 있었죠.

 

그래서 오늘은 '몬테로소'에 가서 반드시 드림샷을 남기고 오는 것이 목표입니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몰랐습니다. 가이드 북으로 본 드림샷 포인트의 모습이

 

몬테로소도, 코르닐랴도 아니라 '마나롤라'의 모습이었다는 것을 말이죠...)

 

 

 

친퀘테레의 첫 번째 마을인 '리오마조레'로 가기 전 들러야 하는

 

'라스페치아' 역과 친퀘테레 기차 패스의 모습입니다.

 

국가에서도 이 소도시를 관광명소로 밀어주는 게 느껴지듯,

 

알록달록 예쁜 디자인이 마치 놀이공원에 가는 설렘을 줍니다.

 

 

 

'리오마조레 - 마나롤라 - 코르닐랴 - 베르나차 - 몬테로소'

 

이렇게 다섯 마을이 '친퀘테레' 코스로,

 

'라스페치아'에서 종점 '레벤토' 역까지 30분밖에 소요되지 않아 단숨에 이동할 수 있습니다.

 

처음엔 트래킹으로 갈까도 생각했으나,

 

하루 안에 모든 도시를 돌아보겠다는 목표가 있기에 기동성으로 기차를 택했습니다.

 

(사실 트래킹으로 골랐으면 제가 먼저 퍼졌을 겁니다.)

 

 

 

시간이 시간 인터라 날이 지기 전에 드림샷을 찍기 위해선

 

아무래도 목적지를 가장 먼저 가고 다른 도시를 둘러보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었습니다.

 

그래서 몬테로소행을 첫 번째 행선지로 잡았습니다.

 

 

 

리오마조레를 거치면서 내내 산맥만 보이다가 긴 터널을 만나

 

산맥마저도 보이지 않던 시점, 얼마나 지났을까요.

 

일순간 객실 내가 환해지면서 얕은 환호성이 곳곳에서 들렸습니다.

 

바로 위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기차를 삼킬듯한 바다의 탁 트인 전경이 모두의 눈을 사로잡았기 때문이죠.

 

 

 

 

그렇게 우리는 '몬테로소'에 도착했습니다.

 

주변 풍광을 감상하기도 전에 서둘러 포인트를 찾아 나섰습니다.

 

 

 

 

그렇게 아래로 아래로 내려갔는데 제가 생각했던 절벽의 구조는커녕

 

망망대해로 탁 트인 해변만 눈에 한 가득 들어왔습니다.

 

바다는 분명히 아름다웠지만 제가 찾는 뷰가 아닙니다.

 

그래도 동행과 함께 온 길이니 사진을 찍으며 약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Y누나는 이리저리 인생 샷을 남기며 즐거워했지만

 

제 속은 오늘 안에 드림샷을 남기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에 타들어가고 있었습니다.

 

 

 

해변에 양탄자를 펼쳐놓고 파는 상인. (이러면 어떻게 사라고....)

여기서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어 바로 가이드북을 다시 들여다보았습니다.

 

다시 보니 '몬테로소'가 아니라 '코르닐랴'에 제가 그렸던 포인트가 정확히 그려져 있습니다.

 

'그럼 그렇지' 하며 바로 기차에 올라 '코르닐랴'로 향했습니다.

 

 

 

 

전과는 확연히 알록달록해진 역전의 모습을 보고 이곳이라 확신하며 마을로 내려갔습니다.

 

좀 전의 다급함은 온데간데없이 마음의 여유까지 생겨 젤라또도 한 스쿱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골목을 훑고 돌아다녀도 제가 찾던 포인트는 보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산 위에 세운 마을의 분위기여서 바다가 보이는 뷰 조차도 찾기 어려웠습니다.

 

좀 전의 여유로움은 다시 다급함으로 전환되었습니다.

 

 

 

드디어 바다가 보이는 전망대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찾던 뷰가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이미 막차시간이 점점 다가오는 마당에 다음 마을을 갈 시간도 없고

 

간다고 한 들 어두워서 드림샷을 남길 수 없는 상황입니다.

 

축 내려앉는 심정으로 비슷하게 해안선과 능선을 맞추어 비슷하게 드림샷을 남겨보긴 했지만

 

역시 끼워 맞춘 느낌이 강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Y누나도 덩달아 아쉬워하며 "다른 날에 또 오면 되고 이번이 안되면 다음 여행 때 와서 찍으면 되지!"

 

하며 위로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말도 귀에 들리지 않을 정도로 상심이 컸던 순간입니다.

 

 

 

 

어느새 황홀하게 하늘을 덮고 있는 노을이

 

붉게 타오르고 있습니다. 그 영롱한 빛을 보면서

 

가라앉은 기분을 애써 달래며 막차를 타고 피렌체로 돌아왔습니다.

 

 

 

그래도 반나절이지만 제 일정을 묵묵히 함께해주고 공감해준 그녀였기에

 

그냥 헤어지기 아쉬워 저녁을 같이 먹기로 했습니다.

 

 

 

장소는 처음 체크인할 때 호스텔 직원이 추천해 준 'dall 'Oste (달 오스떼)' 로 왔습니다.

 

피렌체에 가장 유명한 음식을 꼽으라면 단연 '티본스테이크'가 등장하는데,

 

그 티본스테이크의 맛집으로 유명한 곳이자, 호스텔 직원이 할인 쿠폰까지 주며 추천해 준 곳이기에

 

이곳으로 정했습니다.

 

 

 

약간의 웨이팅을 거치고 바로 홀에 앉을 수 있었는데

 

한국인이 꽤 많이 찾는 곳인지, 한국인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한국어 간판을 가져왔습니다.

 

덕분에 지친 하루의 끝을 모국어로 된 메뉴로 편하게 보며 고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 알게 된 사실은, 

 

Y누나의 영어 발음이 수준급이었다는 점입니다.

 

하루 종일 서로에 대해 이야기했던 거 같은데 그녀가 수년간 호주에서 워홀로 지냈던 일,

 

식당 서빙 일을 하면서 어떻게 동네 매출 최고의 매장으로 만들었는지에 대한 일화를 듣고 있자니

 

그녀에 대한 시선이 존경의 시선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영어를 제대로 배워 써먹는 것 이상으로

 

인생을 확실히 즐길 줄 아는 그녀의 용기가 부럽고 멋있었습니다.

 

 

 

언어를 유창하게 할 줄 알고, 상대와 교감하는 대화를 할 줄 안다는 것은

 

엄청난 차이를 보였습니다.

 

아마 혼자 왔더라면 단순한 서빙이 오가고 

 

주문, 식사, 계산할 때 3번 외엔 입을 열 일이 없었겠지만,

 

그녀는 잠깐 들러 서빙하고 가는 직원에게도 말을 붙였고 매 순간 감사 인사를 건넸습니다.

 

그 덕에 원래 코스대로 나와야 하는 식전 빵에도

 

"I made this for you (널 위해 이걸 만들어 봤어)" 하며 서빙되는 기적을 보았습니다.

 

 

 

나중에는 매니저까지 직접 와서 말을 걸고 갈 정도로

 

모든 직원들의 관심을 받는 테이블이 되었습니다.

 

 

 

드디어 영접하게 된 '피렌체식 티본 스테이크' 입니다.

 

알파벳 'T' 자 형태로 생긴 뼈를 기준으로 안심과 등심이 같이 붙어 나와

 

붙여진 이름인데, 그 덕에 안심과 등심의 식감 차이를 느끼며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무려 1.2kg 되는 양에 55유로 (한화 약 76,000원) 정도입니다.

 

일단 스테이크를 이 정도 양으로 먹어 본 적도 결코 없으며,

 

오로지 '스테이크'로 배를 채운 경우도 처음이었습니다.

 

둘이서 굉장히 배고픈 상태였음에도 3, 4 조각을 남겨야 했을 정도로

 

거대한 양이었습니다.

 

하필 오늘 삼겹살이 몹시 당겼는데 그 회포를 조금이나마 풀 수 있었던 하루였습니다.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왔는데 아까 받아온 쿠폰을 쓰지 못한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그냥 넘기며 지나갈 수도 있었지만

 

Y누나는 고민도 하지 않고 다시 들어가 매니저에게 문의했습니다.

 

그러자, 매니저는 흔쾌히 웃으며 오히려 할인해 줘야 할 금액보다 더 많은 금액을

 

아예 현금으로 거슬러 주었습니다.

 

 

 

저는 손에 들려있는 거스름 돈과 Y누나를 번갈아 보며 존경의 눈길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여러모로 기분도 와리가리하고 다이내믹했던 하루였지만

 

Y누나의 멋짐으로 마무리되었던 하루였습니다.

 

 

 

 

 

[오퓰렌스] 세계에 나를 던지다 '이탈리아' - 피렌체 3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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