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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오퓰렌스] 세계에 나를 던지다 '이탈리아' - 피렌체 3편

by 오퓰렌스 2021.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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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3편]

 

 

아침. Y누나와 재회했습니다. 

 

어제는 제가 원하던 곳으로 '친퀘테레'를 동행해주었으니

 

오늘은 누나의 목적지인 '산 지미냐노'에 제가 동행할 차례입니다.

 

옆에는 새로운 사람을 데려왔습니다.

 

이름은 H누나. 같은 방 호스텔에 있는 분이랑 대화하다가 의견이 맞아 데려왔다고 하는데

 

그녀의 붙임성은 역시 알아줘야 합니다.

 

 

 

처음으로 시외버스를 타고 교외로 나가는 여행.

 

중간에 휴게소 격인 곳에 들러 환승을 기다리는 동안 식사도 하고

 

간단히 대화도 나누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역시 시외버스는 만국 공통으로 수면 기능이 있는지,

 

그렇게 언덕을 올라 덜컹거리는 와중에도 꿀잠을 청했습니다.

 

시간이 얼마쯤 지났을까요.

 

Y누나가 "일어나 봐! 거의 도착했어!" 하고 흔들어 깨우는 통에

 

눈을 떴는데

 

 

 

"와 진짜 미쳤네요 여기...."

 

이 광경을 보고 처음 내뱉은 말이었습니다.

 

본격적인 겨울로 돌입하기 전, 아직은 완연한 가을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토스카나의 들판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본격적인 입구는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여기서만 10분 넘게 사진을 찍었습니다.

 

 

 

 

'San gimignano (산 지미냐노)' 는 토스카나 주에 있으며 12개의 성곽이 잘 보존되어 있는

 

'탑들의 도시'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높은 탑들을 여러 개 볼 수 있습니다.

 

그 모습이야말로 산 지미냐노를 기억하는 가장 특징적인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이곳은 중세에서 시간이 멈춘 듯

 

도시 전체가 옛 모습을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마치 거리를 걷다가

 

우연히 바드의 피리소리가 들려도 어색하지 않을 분위기입니다.

 

실제로도 산 지미냐노의 역사는 기원전 3세기부터 시작할 정도로 유서 깊은 곳이며,

 

현재의 모습은 12~13세기 경의 중세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산 지미냐노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즐거움 중 하나는 바로 이곳입니다.

 

'Gelateria Dondoli (젤라테리아 돈돌리)' 는 세계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이 실제 운영하고 있는 젤라또 가게로,

 

입구에서부터 인산인해를 이루어 찾기 쉬운 젤라또 맛집입니다.

 

매장 곳곳에서도 유쾌한 표정으로 젤라또를 들고 있는

 

챔피언의 사진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보통의 젤라또 가게에서는 제가 원하는 맛을 골랐지만,

 

여기에서는 직원에게 맛을 추천받아 골랐습니다.

 

덕분에 이름은 너무 길어 기억나지 않지만

 

황금조합의 메뉴를 얻게 되어 맛있는 챔피언의 젤라또를 맛볼 수 있었습니다.

 

한동안 걷느라 더웠던 차에 광장에 앉아 시원한 바람과 달콤한 젤라또를 먹고 있자니

 

세상 어느 것도 부럽지 않은 순간입니다.

 

 

다시 길을 걷자, 역시 상업으로 발달했던 도시답게

 

다양한 물건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저렴한 와인부터 시작해, 토스카나 지방의 마스코트인 멧돼지 인형 등등

 

볼거리, 살 거리도 많아 지갑 조심하셔야 하는 도시입니다.

 

 

 

대망의 전망대를 보기 전에 식사시간이 되어 아까 입구에 점찍어 두었던

 

식당으로 들어갔습니다. 

 

흔한 식당의 뷰도 흔하지 않은 황홀한 뷰를 자랑합니다.

 

이곳에 머무는 내내 왜 토스카나 지방에서

 

르네상스를 비롯해 수많은 예술가들이 활동했음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주변에 보이는 풍경 자체가 예술이었기에,

 

이 아름다움을 예술로 승화시키지 않으면 안 될 만큼 넘치는 영감을 받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가운데 글귀에 '본인의 집에서처럼 사용해주세요' 라고 적혀있는 문구로 보아 공중화장실의 와일드한 사용 문화는 만국공통인듯 합니다.

음식이 나오기 전에 잠시 화장실을 들렀는데

 

왜 이곳의 화장실은 죄다 난관을 안겨주는지

 

이번에는 커버가 없는 좌변기입니다.

 

그나마 신식으로(?) 느껴지는 것은 비데가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일체형이라는 점입니다.

 

(그렇게 해두어도 이용하지 않을 것은 분명합니다.)

 

 

 

음식 맛은... 멋진 풍경을 보며 먹으면 맛이 달라진다는 말은 있어도

 

그 입맛을 이기는 음식도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위에 있는 식탁 중 가장 맛있는 것은 가장 아래에 있는 맨 빵이었습니다.

 

역시 이번에도 메뉴 선정에 실패했습니다.

 

 

 

위쪽에 있는 노란 파스타가 바로 '까르보나라'인데,

 

본토의 까르보나라는 한국의 크림 파스타를 생각하시면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달걀노른자로만 비벼 내어 퍽퍽한 식감과 생치즈의 느끼함을 감수해야

 

본토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물론 저는 감수하지 못했지만요)

 

그럼에도 맛없는 음식에도 같이 불평할 수 있는 동행들이 있어 심심하지 않은 하루였습니다.

 

 

 

다시 성벽 안으로 들어가 아까 둘러봤던 곳 반대편을 공략했습니다.

 

다 본 줄 알았는데 아직도 놀랄 풍경을 안겨주는 산 지미냐노의 매력에 점점 깊이 빠져드는 중입니다.

 

 

 

그리고 대망의 'Torre Grossa (대사탑)' 을 오를 차례입니다.

 

미리 알아놓은 금액으로는 6유로였으나, 현장에서 2배에 달하는 금액을 불러

 

잠시 고민을 거쳤습니다.

 

그러자, Y누나가 "후기 보니까 3배를 줘도 아깝지 않을 풍경이라는데?"

 

라는 말을 듣고 그래, 여기까지 왔는데 아낄 것이 무어냐 하며

 

셋이 쿨하게 결제하고 탑을 올랐습니다.

 

Tip: 탑은 오로지 두 발로 계단을 올라야 하는 구조로,

 

편한 신발을 신고 오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산 지미냐노에 있는 탑 중 가장 높은 곳을 올라가는 터라

 

그 높이와 길이도 굉장했습니다.

 

이제 다다랐을까 싶을 때 즈음 옥상으로 나가는 입구가 보였습니다.

 

비좁은 입구를 먼저 헤치고 나간 Y누나가 먼저 탄성을 지릅니다.

 

"와 미쳤다 여기 장난 아냐!!!"

 

 

 

네. 정말 장난 아니더군요.

 

23년 평생 이런 장관은 본 적 없을 정도로 황홀한 광경이었고

 

중세 그 자체인 산 지미냐노의 전경이 한눈에 보였습니다.

 

어떤 세트장과 CG 기술로도 만들어 낼 수 없는 본연의 아름다움이

 

눈을 시리게 만들었습니다.

 

좀 전에 2배 가까이 오른 입장료를 내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 부끄러울 정도로

 

올라오지 않았다면 후회했을 광경입니다.

 

 

 

만난 이후로 한 번도 토크를 쉬지 않았던 우리 셋은 처음으로

 

아무 말없이 각자 포인트를 잡아가며 셔터를 누르고 풍경을 감상하는 데에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도 덕분에 이곳의 풍경을 한참이나 눈에 담아 올 수 있었습니다.

 

 

 

 

첫 토스카나 소도시 여행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다시 피렌체로 돌아왔습니다.

 

저녁 시간대가 얼추 되어 식사를 하기로 했는데

 

일단 산 지미냐노에서 사 온 기념품들이 너무 많아 서로 재정비를 거친 후 다시 만나기로 했습니다.

 

(저는 마그넷 위주로 간단히 구매했으나, 두 누나는 와인을 몇 병씩이나... 쿨럭)

 

 

 

다시 만난 곳은 '피렌체 중앙시장'이었습니다.

 

낮에는 주변에 상가 점포들로 즐비한 곳이지만, 늦은 밤에는 본 건물 내

 

특히, 2층의 푸드코트만 개장해서 식사를 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푸드코트 식의 가게들이 2층 전체를 둘러싸고 있어, 고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디바의 음악소리가 잔잔하게 들리고 이곳저곳에서 활기차게 호객하는

 

시장의 분위기는 들뜨기에 충분했습니다.

 

 

 

각자 먹고 싶은 것을 가져와 같이 먹자고 해서

 

저도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식사를 주문해 왔는데

 

정말 해도 해도 너무 짰습니다.

 

보다시피 양도 적어 금방 먹을 수 있겠다 싶어 음료 없이 먹다가

 

안 되겠다 싶어 생맥주를 주문했는데

 

결국 저 맥주를 다 마시고 나서도 반 정도를 남겼습니다.

 

진짜 마음 놓고 매번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맛집은 언제쯤 찾을 수 있을까요.

 

 

 

Y, H누나와 이젠 정말로 작별인사를 나누고

 

피렌체의 밤거리를 걸어 숙소로 들어왔습니다.

 

확실히 이 밤에 걸어도 안전한 피렌체의 밤거리와 푸근한 도시의 풍경에

 

더욱 사랑에 빠져가는 순간입니다.

 

(라고 3일째 피렌체에 있으면서 도심은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의 독백이었습니다.)

 

 

 

 

 

[오퓰렌스] 세계에 나를 던지다 '이탈리아' - 피렌체 4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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