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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오퓰렌스] 세계에 나를 던지다 '이탈리아' - 바리 2편

by 오퓰렌스 2021.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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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 2편]

 

 

대체로 모든 아침은 여유 있는 편이었지만, 오늘 아침은 조금 분주했습니다.

 

'알베로벨로' 투어가 팀을 꾸려 한 차를 타고 가는 식이라

 

저로 인해 모두의 일정이 늦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필시 서둘러야 했죠.

 

때문에 현지인으로 가득한 이곳에서의 아침도 불꽃처럼 마시듯 흡입했습니다.

 

(흔들린 사진의 초점이 당시의 긴박함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그럼에도 아침 구성을 설명드리자면 바구니에 담겨 있는 빵은

 

이탈리아 전통 빵 '포카치아'로, 안에 아무 앙금 없이 담백하고 딱딱한 빵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크림이 들어간 빵 종류를 가장 좋아했지만

 

오히려 씹을수록 고소하고 재료 본연의 풍미를 느낄 수 있어 좋은 빵이었습니다.

 

그리고 간단한 시리얼과 커피 정도로,

 

정말 간편하게 요기할 수 있는 구성이었습니다.

 

 

 

식사를 하는 도중 맞은편에 뜻밖의 손님이 앉았는데,

 

저희 M과 비슷한 연령대로 추정되는 중년의 여성이

 

다른 여행자들과 마찬가지로 하루 일정을 준비하는 기세로 같이 식사를 했습니다.

 

간단한 눈인사로 안부를 묻고 다시 식사에 돌입했는데,

 

그녀가 식사를 마치고 빵 두어 개를 티슈로 훅훅 감아 가방에 넣어 가져 가는 모습을 보고

 

역시 어머니들의 생활력은 만국 공통이었음에 감탄하며

 

저도 같은 방법으로 한 개 집어넣었습니다.

 

 

오늘의 패밀리는 어제 인사를 나눈 홍콩인 H와 저를 비롯해,

 

호스텔 직원 두 명, 백인 투숙객 남녀 두 명

 

그리고 가이드 할아버지 한 분 까지 해서 총 6명의 파티원이 구성되었습니다.

 

준비된 벤에 오르자,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한동안 색다를 것 없는 도로의 풍경이 이어져 잠시 졸았다가

 

가이드의 도란도란 설명이 이어지는 소리에 깨어 창밖을 보았습니다.

 

 

 

지금 가고 있는 알베로벨로의 유래와 트룰리 움막의 기원 등등

 

흥미로운 역사에 얽힌 이야기들을 풀어나가는 것 같은데

 

사진에서도 보이다시피 보는 것, 듣는 것이 전부 영어여서

 

수능 영어영역 독해 지문을 연상케 하는

 

설명서와 가이드의 언변 중 반은 흘려들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영어 언어 능력이 더 뛰어났더라면 좋았겠지만

 

당시 저는 이제 자유여행을 막 두 번째 온 초보이자

 

영어 경험이라곤 의무교육의 듣기 평가가 전부인 평범한 한국인이었습니다. 

 

 

그러다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이 바로 'Alberobello (알베로벨로)' 입니다.

 

'풀리아' 지방의 전통가옥이라 할 수 있는 '트룰리'가 현재까지도 잘 보존되어 있는 가옥 단지로,

 

1996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역에도 등록되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이탈리아에 오면서 버킷리스트로 정했던 곳이기도 하죠.

 

 

 

알베로벨로는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아름답기도 했고

 

반면에 너무 원하고 바라 왔던 곳이어서 비현실적인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마을 한 바퀴를 다 돌았을 때는 "벌써 끝이야?" 하는 아쉬움마저 들었죠.

 

그만큼 이걸 보기 위해 이 도시를 올 만큼 간절한 마음이었는데

 

현실은 그보다 더 환상적인 무언가가 터지지 않은 기분이라 조금은 실망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세트장 같이 아름다운 이곳에 현지인들이 삶의 터전으로 잡고

 

생활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점은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이제 점심시간이 되었으니 식사를 해야겠지요?

 

식당도 트룰리의 형태를 그대로 보존한 곳으로 전통적인 느낌을 더했습니다.

 

안 그래도 겉핥기 식으로 외부에서만 보다가 내부가 궁금했는데

 

이렇게 보게 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외관상으로는 막 쌓아 올린 움막의 느낌이었는데

 

내부는 아치형으로 견고한 천장을 만들어 아늑한 구조로 되어 있었습니다.

 

 

 

음식은 풀리아 지방의 전통 파스타와 요리들로 되어 있었는데,

 

저는 가이드의 추천을 받아 위에 보이는 메뉴로 주문했습니다.

 

그래도 현지인의 추천이니 믿고 주문했는데 파스타를 주문했지만 웬 라자냐가 나와서

 

직원을 부르려 하자, 추천해준 가이드가 그게 맞는 메뉴라고 하더군요.

 

이탈리아 현지 식료품점이나 마트에서 파스타 종류를 보면 경악을 금치 못할 만큼

 

매대 한 판을 전부 채울 정도로 종류가 많은데,

 

라자냐로 둔갑한 파스타가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역시 가이드의 입맛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실패 없는 즐거운 식사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투어는 여기에서 마치는 것이 아니라, 그다음 코스로 풀리... 뭐시기 하는 곳을 또 들른다고

 

걸음을 옮겼습니다. 사실 이곳에 온 목적은 오로지 '알베로벨로' 였기에

 

그 외의 것은 알지도 못했고 관심도 없었습니다.

 

(그래도 중간에 세워서 맛보게 해 준 젤라또는 제법이더군요)

 

 

 

그렇게 도착한 'Polignano a Mare (폴리냐노 아 마레)' 입니다.

 

이곳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알베로벨로는 안 보더라도 여기는 꼭 보고 가야 합니다."

 

라고 추천드릴 정도로 굉장한 풍광이 펼쳐졌습니다.

 

저런 해변은 그리스에나 가야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뜻밖에 너무 벅찬 감동을 받아들이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마치 신기루를 본 듯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고 있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구시가지의 성벽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이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골목골목에 날 것의 정취가 느껴지는 구시가지는

 

특별한 느낌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왜 모두가 이 도시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그 해변'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제가 본 것이 결코 헛것이 아니라는 듯 재차 뇌리에 깊게 박힌 이곳의 아름다움은

 

여기를 오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탈리아를 다시 와야겠다고 다짐하게 만들었습니다.

 

 

 

이후에도 같이 온 동행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폴리냐노 아 마레의 구석구석을 눈에 담으며 황홀한 투어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다시 차를 타고 바리로 돌아와 저녁시간이 되기도 전에 투어를 마쳤습니다.

 

저는 일전의 경험으로, 이 정도 훌륭한 구성의 투어라면 마치고 나서 가이드가 팁을 요구하거나 

 

추가 요금을 지불해야 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쿨내 나는 가이드는 앞으로도 즐거운 여행 되라며 인사하고는 홀연히 사라졌습니다.

 

 

 

점심으로 먹으려고 싸 둔 포카치아를 저녁으로 테라스에 나와 먹으며

 

하루를 음미하듯 사진을 보며 다시 떠올렸습니다.

 

아무도 모르는 낯선 곳으로 스스로를 내던져 이렇게나 황홀한 경험을 하고 왔다니

 

여전히 믿기지 않았고 여전히 꿈인 듯 몽환적인 기분이었습니다.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어느새 어둑어둑해졌고 이대로 마지막 밤을 지새우긴 아쉬워 근처 마트로 산보를 나섰습니다.

 

딱히 생각은 없었지만 음료 한 짝을 사서 가져와 마셨는데

 

정말 맛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것마저도 즐거운 바리에서의 밤이었습니다.

 

 

 

문득 아까 대화를 통해서 H가 오늘 생일인 것을 들었는데, 정()에 사는 한국인으로서 이대로 지나칠 수 없겠죠.

 

어쩌면 이런 상황을 위해 한국에서 사들고 온 한국의 기념품을 그에게 나누어주며

 

여행지에서 맞이하는 그의 생일을 축하해주었습니다.

 

처음에는 낯설기만 하고 쓸쓸하게 느껴졌던 '바리'였지만 어느새

 

폰을 채워가는 사진들만큼 풍요로운 동네가 되었습니다.

 

내일이면 또 다음 도시로 향해야 한다는 것도 잊은 채 말이죠.

 

 

 

 

 

[오퓰렌스] 세계에 나를 던지다 '이탈리아' - 피렌체 1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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