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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오퓰렌스] 세계에 나를 던지다 '이탈리아' - 피렌체 5편

by 오퓰렌스 2021.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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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5편]

 

 

이제 어느 정도 시내도 다 둘러보았고 근교도 웬만큼 가보았다 싶었을 때,

 

다시금 두 번째 인생 샷에 대한 미련이 꿈틀거렸습니다.

 

정말이지 지구 반대편을 날아 여기까지 왔는데

 

원하는 사진 한 장을 남기지 못한다는 것이 이렇게 한이 될까요.

 

다시금 도전하고자 마음먹고 동행을 잡았습니다.

 

 

 

평소라면 여유롭게 역에서 만나자마자 간단히 식사를 하던

 

이런저런 토크를 하던 인사 절차를 거쳤을 텐데 서로 통성명할 시간도 없이

 

재빠르게 기차에 올랐습니다.

 

오늘의 동행자인 'L누나'가 늦게 도착한 핑계 아닌 핑계 때문이었습니다.

 

심지어 기차 좌석도 따로 결제한지라 조금 떨어져서 가게 되었고

 

지금껏 가장 서먹하고 갑작스런 첫 만남이 되었습니다.

 

 

 

라스페치아에 멈추어 한 숨 돌리고 나서야 서로 대화를 나누었고

 

잠깐의 여유도 없이 금방 쫓기듯 점심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몇 마디 대화를 나눈 순간에 느낀 점은,

 

지금껏 동행으로 과분할 정도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봤지만

 

L누나는 그 중에서도 마인드와 식성 면에서

 

가장 잘 맞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녀에게 내가 친퀘테레를 두 번째 가려고 하는 이유를 들려주자,

 

그저 관광으로 기억될 뻔했던 본인의 여행까지

 

조금은 특별하게 되는 것 같아 좋다고 했습니다. 

 

덕분에 조금은 제가 주도하는 구도가 되어야만 했던 여정이

 

서로 배려하는 훈훈한 여행으로 되었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Manarola (마나롤라)'는 이전에 보았던 친퀘테레의 다른 도시들과

 

비슷한 느낌이었지만, 부디 제가 원하는 구도가 나오길 바라며

 

연안의 절벽을 따라 걸었습니다.

 

 

 

그리고 이내 드디어 그토록 원하던 두 번째 인생 샷의 포인트를 찾을 수 있었고

 

두 눈을 가득 채우는 마나롤라의 전경이 저희를 맞이했습니다.

 

다시 시도할 마음을 먹지 않고 체념했더라면 결코 느끼지 못했을

 

감동은 어떤 말로도 형용할 수 없는 벅참이었습니다.

 

 

 

L누나도 본인 일 처럼 덩달아 기뻐하며

 

제가 사진 찍는 것을 한참이나 도와주었습니다.

 

덕분에 혼자 찍었던 첫 번째보다 더 완벽한 두 번째 인생 샷을 남길 수 있었습니다.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려왔던가'하는 감정이 다시금

 

울컥 차올라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진 꿈을 만끽했습니다.

 

 

 

이제야 편해진 마음 덕에 그동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어느새 처마 가까이에 앉아있는 갈매기와

 

꽤 깊어 보이는데도 물 속이 다 비춰보일 정도로 맑은 지중해.

 

그리고 기분 좋게 산들거리는 절벽의 바람.

 

모든 것이 완벽한 공간에서 이곳의 냄새까지 담아가려는 듯

 

한참이나 분위기를 누린 후 내려왔습니다.

 

 

 

제가 원하는 곳을 가 보았으니 이제는

 

누나에게 선택권을 주어야겠지요.

 

둘 다 가보지 못한 첫 번째 도시,

 

'Riomaggiore (리오마조레)'가 그다음 목적지로 낙찰되었습니다.

 

아직 저녁을 먹기에는 애매한 시간이지만 출출한 김에

 

도착하자마자 이것저것 주전부리로 배를 채웠습니다.

 

그중 해물 튀김과 이탈리아 국민 맥주인 '비라 모레띠' 한 병이 손에 쥐어져 있다면

 

그 순간은 세상에서 아무것도 부럽지 않은 사람이 됩니다.

 

 

 

 

거기에 더해 리오마조레와 지중해의 절경과 함께라면 금상첨화이지요.

 

우리는 한 동안 튀김과 맥주를 번갈아 먹어가며

 

멍하니 지중해를 보다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기도 했고

 

별안간 일어나서 사진을 찍고를 반복했습니다.

 

 

 

저물어 가는 리오마조레의 석양을 바라보며 잠시 상념에 잠겼습니다.

 

특별한 생각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저 앞으로 살아갈 매일매일이

 

딱 오늘만 같았으면 하는 심정이었습니다.

 

 

 

L누나와는 정신없었던 첫 만남만큼이나

 

헤어지는 과정도 스펙터클했습니다.

 

난데없이 빗줄기가 굵어져 역으로 냅다 달렸고 

 

환승역에서는 예약한 표 시간이 2분 남아서

 

2개의 철로를 두 발로 뛰어넘어 기차에 올라탔으며, (절대 따라 하지 마세요.)

 

환승한 기차는 하필 4시간이나 지연되어

 

밤 12시가 넘어서야 피렌체에 도착했습니다.

 

 

 

폭풍 같았던 하루를 마무리하고 무사히 살아서 숙소로 돌아왔음에 감사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여정 중 가장 행복했던 하루였음을 회상하며

 

깊은 단잠에 들었습니다.

 

 

 

 

 

 

[오퓰렌스] 세계에 나를 던지다 '이탈리아' - 피렌체 6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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