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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오퓰렌스] 세계에 나를 던지다 '이탈리아' - 피렌체 6편

by 오퓰렌스 2021.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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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6편]

 

 

며칠간 피렌체의 지니 민박에서 묵고 있지만

 

이곳의 사장님인 박성진님을 뵙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숙소의 직접적인 운영은 그의 어머니와 매니저가 담당하고 있었고

 

그는 외부로 스냅촬영을 나가기에

 

우연히라도 숙소내에서 마주칠 수 있는 부분도 희박한 상황입니다.

 

그렇지만 결국 두 번째 인생 샷을 남긴 것처럼 그와의 만남도 이뤄지지 않을까 하는 바람에

 

오래간만에 아침을 먹으며 주방장을 맡고 계신 그의 어머니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사실 이 나라, 이 도시, 이 숙소에 와서 묵게 된 것도

 

롤 모델인 성진님을 보기 위함이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그러자, 어머니께서는 진작 말하지 그랬다며 옆 방에 주무시고 있는

 

성진님을 바로 불러 대면시켜 주셨습니다.

 

이렇게 뵙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늘 꿈꿔왔던 그와의 대면이 실현된 순간입니다.

 

부스스한 모습으로 일어난 그도, 무슨 말을 할지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한 저도

 

서로 당황해 어버버하고 있다가 그가 먼저

 

"오늘 저녁에 호스텔 사람끼리 모여 파티할 예정인데 그때 다시 뵈어요."

 

하고 제대로 된 약속이 성사되었습니다.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만남을 뒤로하고 저녁의 재회를 기대하며

 

새로운 동행과 새로운 근교 도시, 'Siena (시에나)'를 향해 달렸습니다.

 

오늘의 동행은 두 분이었는데,

 

한국에서 서로 같은 직업 (약사)이자, 직장 동료 사이였습니다.

 

대학 친구가 깊은 친구가 되는 것도 드문 경우인데

 

직장동료가 깊은친구가 되는 것은 더 드문 광경이라 신기했습니다.

 

 

 

동행분들의 텐션도 좋았고 저도 새 도시를 보러 가는 설렘에

 

기대되는 일정이었지만, 갈수록 굵어지는 빗줄기는 이내 호우로 바뀌었고

 

도착했을 때는 이미 비로 흥건해진 시에나로 마주했습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간헐적으로 밀려오던 두통이 갑자기 시작되어

 

길을 걷는 내내 통증이 선명해져 갔습니다.

 

 

 

시에나는 분명 멋진 도시였습니다.

 

좋은 날씨, 좋은 컨디션에 왔더라면 분명히 감동했을 곳인데

 

많은 것이 삐걱거렸던 여정의 흐름은

 

모두의 텐션을 떨어뜨려 기념품샵 몇 군데를 돌아다니다가

 

사진 몇 방 박고 식당을 찾아 나섰습니다.

 

 

 

아무리 아파도 밥은 꼭 챙기는 한국인답게

 

밥심으로 컨디션을 회복하고자 피자를 열심히 섭취했는데

 

이미 하이라이트로 접어든 두통의 기미에는 어림도 없었습니다.

 

그중 다행인 것은 두 분이 약사 셔서

 

현재 증세에 따른 정확한 약 처방을 추천받았고

 

오늘 일정은 여기까지 하고 돌아가는 것으로 미련 없이 합의를 보았습니다.

 

 

 

숙소로 들어가자마자 씻고 뻗어야 하는 것이 정상이나,

 

앞서 아침에 약속한 성진님과의 저녁 일정이 있었습니다.

 

사람의 '일념'은 육체를 지배한다는 말이 있듯이,

 

이건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사명감으로 참석하려 하자,

 

일상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의 컨디션으로 끌어올려졌습니다.

 

 

 

그렇게 저와 성진님, 매니저님, 성진님의 어머님까지 해서

 

게스트는 오로지 저 한 명인 특별한 저녁상이 차려졌습니다.

 

한국에서 떠나온 동안 한국음식이 그리울까 봐

 

한국 치킨을 주문해주시는 배려까지 받아

 

몸 둘 바를 몰랐습니다.

 

 

 

그렇게 맥주잔을 부딪히며 나눈 건배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부산 출신 스키강사이자, 취미로 사진을 시작했던 그가

 

어떻게 이탈리아에서 민박 사장, 스냅 촬영 사진작가가 될 수 있었는지,

 

그리고 해외 이민자로서의 현실적인 삶 등등

 

제가 그에게 궁금했던 것 이상으로 모든 부분들을

 

마치 가족에게 전하듯 친절하고 세세하게 알려주셨습니다.

 

 

 

실로 한마디도 버릴 것이 없는 귀중한 이야기들이었고,

 

메모라도 해야 할 정도로 핵심적인 조언들이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이미 컨디션은 만신창이가 되어 영혼이 빠져나간 육신을

 

정신력으로 앉혀 놓았다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였지만

 

오히려 돈을 내고 듣고 싶을 정도로 가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대화를 마치고 제 방에 들어오고 나서야

 

화장실로 달려가 하루 종일 먹은 모든 것들을 깡그리 게워내고

 

두통약을 털어 넣은 후 쓰러지듯 잠에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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