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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오퓰렌스] 세계에 나를 던지다 '이탈리아' - 마지막화, 에필로그

by 오퓰렌스 2021.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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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화]

 

이른 새벽, 낯선 공항의 향기를 음미하며

 

세계의 경계에 다시 서 있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공항'이라는 이곳의 이름과 걸맞게

 

공항 한 편에 큼지막한 다빈치의 동상이 그려져 있습니다.

 

예술과 아름다움의 나라로 기억될 이탈리아의 마지막 인사로 느껴집니다.

 

 

 

항공편은 '로마 - 파리 - 광저우 - 서울(인천)'으로,

 

여전히 2번 경유의 악명 높은 여정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중에도 조금 변화를 주어 설레는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로마 - 파리' 구간은 '중국 남방항공사'가 아닌,

 

'에어프랑스'를 타고 경유하는 것이었습니다.

 

 

 

비록 공항을 경유하는 것이지만

 

파리에 발을 디디는 것도 설레는 일인데

 

중국 저가 항공사에서 유럽 메이저 항공사로 갈아 타는 것은

 

마치 이코노미 -> 퍼스트로 승격받은 기분이었습니다.

 

(현실은 둘 다 이코노미였지만 그런 것은 더 이상 중요치 않습니다.)

 

 

 

 

장난감 잘 못 샀다가 집에 못 올 뻔했습니다.

그런데 비행기를 타려는 과정에서 조금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피렌체에서 기념품으로 샀던 장난감 총이

 

걸려서 잠시 조사를 받게 된 것입니다.

 

총알이 발사될 것도 없는 모형 엔틱총인데도

 

세관 직원, 경찰, 보안 담당자까지 와서 3단 검증을 거친 후에야

 

인증서를 작성하고 보내주었습니다.

 

 

 

경유 2편이나 달고 있는 비행기표 3장을

 

하마터면 늦어서 전부 찢을 뻔했던 쫄깃한 순간이었지만,

 

이런 꼼꼼함이 유럽에서도 테러 소식이 거의 들리지 않는

 

이탈리아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닐까 합니다.

 

 

 

비행기는 미끄러지듯 힘차게 날아올랐고

 

이내 처음 봤을 때처럼 새벽의 피우미치노 마을을 발아래에 두고 비행했습니다.

 

처음 이곳을 보았을 때도 별천지에 발을 디디는 설렘에

 

벅차오르던 감정을 떠올리며

 

모습이 사라지는 순간까지 한없이 바라보았습니다.

 

 

 

1시간 남짓의 짧은 비행이었지만

 

간단한 빵과 수프로 기내식이 제공되었습니다.

 

이런 작은 부분까지도 놓치지 않을 세라 사진을 찍어대니

 

철들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새벽을 짙게 감싸던 어둠이 걷히고

 

여명이 뜨는 순간까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유럽의 상공마저 특별하게 와닿았습니다.

 

재밌는 영화라도 보는 듯,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눈에 담았습니다.

 

 

 

이내 도착한 파리의 '샤를 드 골 공항'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세련되었습니다.

 

공항 라운지를 비롯해 기다란 홀의 거의 반 정도가

 

붉은 양탄자로 덮여있어, 마치 레드카펫을 걷는 기분이었습니다.

 

이 공간에서 무엇이라도 하나 남기고 싶어 짤짤이 유로를 자판기에 털어

 

초콜릿 한 조각을 뽑았습니다.

 

 

 

파리에서 광저우로,

 

유럽에서 아시아로 넘어가는 길.

 

 

 

광저우에서 인천,

 

그리고 인천에서 청주로.

 

드디어 4주, 꽉 채운 28일간의 긴 여정을 마치고

 

다시 지구 반대편을 날아 고향에 발을 디뎠습니다.

 

 

 

가족들은 처음 떠날 때와 마찬가지로 터미널에 마중 나와 계셨고

 

모두 부둥켜안은 채로 현실임을 실감하려는 듯

 

한동안 그대로 있었습니다.

 

 

 

집에 와서 기념품을 풀고 나서야

 

비로소 조금씩 그에 담긴 이야기를 풀어나갔고

 

광저우에 경유했을 때 바가지 잔뜩 먹고 사온 찻잔 세트에

 

산 지미냐노에서 사 온 리몬첼로를 한 잔씩 따르고는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재회한 축복의 건배를 나누었습니다.

 

 

 

 

 

 

[에필로그]

 

귀국 후 며칠간은 지인과 친구들이

 

마치 저를 세계일주라도 다녀온 사람처럼

 

(이탈리아를 한 바퀴 돌기는 했지만요.)

 

신기하게 보기도 했고

 

때로는 취재를 기다리는 기자처럼 질문을 쏟아내기도 하며

 

바쁜 나날을 만들게 했습니다.

 

 

 

하지만 1주가 채 지나지 않아 저는 빠르게 제 자리를 찾아와

 

알바 앱을 뒤적거리며 단기 알바를 찾거나, 

 

친구를 만나 시답잖은 이야기를 나누거나,

 

복학시기가 언제인지 간혹 한 번 들춰 보는 등

 

원래 그 일상을 계속해서 살아온 것처럼

 

완벽히 적응해 있었습니다.

 

 

 

하지만 길을 걷다가 외국인을 보면 말을 걸고 싶어 입이 근질거리거나

 

파스타집에서 네가 진짜 까르보나라를 먹어봤냐며 성을 낼 때면

 

이탈리아를 다녀왔다는 것이 결코 꿈이 아니었음을 실감케 합니다.

 

 

 

그리고

 

가슴속에 평생 지워지지 않을 추억이자 보물을 새겼다는 것.

 

가장 나 답게 살아보았고 꿈을 직접 눈앞에 펼쳐보았다는 것.

 

일상 속에 숨어있던 가능성과 잠재력을 스스로 확인했다는 것.

 

 

 

이것이 이탈리아가 제게 남겨준 3가지 선물이었습니다.

 

이처럼 일생에 한 번은 나도 몰랐던 내 모습을 제대로 마주하고

 

어떤 가능성을 발휘할 수 있고 어떤 행복을 누릴 수 있으며

 

어떻게 어떤 길을 개척할 수 있는지

 

시험해 보는 경험을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여기까지 제 무용담을 보아주신 여러분들께도 깊은 감사를 드리며

 

제 28일간의 이탈리아 여행 리뷰를 마치겠습니다.

 

오퓰렌스 였습니다. 감사합니다.

 

 

 

 

 

부록

 이탈리아 코스 정리 (각 도시마다 가볼만한 명소와 근교 소도시를 담았습니다. / 직접 가본 곳들 중에서만 추천드리는 주관적인 코스입니다.)

 

로마

- 가볼만한 명소: 콜로세움, 티투스 개선문, 조국의 제단, 제수 성당, 진실의 입, 판테온, 트레비분수, 포폴로광장, 스페인광장, 나보나광장, 산탄젤로 성, 산 루이지 데이 프란체시 성당

- 맛집, 카페: 산테우스 타키오 일 카페(에스프레소), 올드브릿지(젤라또), 지올리띠(젤라또), 파씨(젤라또), 퀸토 젤라테리아(젤라또), 폼피(티라미수), 클라우디아(알리오올리오, 마르게리따), 오스타리아 엘 글라디아토레(Hostaria Al Gladiatore, 점심메뉴 피자세트)

- 근교: 바티칸시국 (바티칸 박물관, 올드브릿지)

 

바리

- 근교: 알베로벨로, 폴리냐노 아 마레

 

피렌체

- 가볼만한 명소: 두오모(쿠폴라와 조토의 종탑 둘 중 고민이라면 종탑을 추천드립니다.), 단테의 집, 베키오 다리, 미켈란젤로 언덕,  

- 맛집, 카페: 달 오스떼(티본스테이크), 피렌체 중앙시장(2층에 푸드코트), 옐로우 바(모든 음식이 다 맛있습니다.), 카페질리(커피), 비볼리(젤라또), 타짜도르

- 근교: 친퀘테레 (리오마조레, 마나롤라), 산 지미냐노(젤라테리아 돈돌리, 대사탑), 시에나

 

베네치아

- 가볼만한 명소: 산타루치아역, 산마르코광장, 거리/골목 전체

- 맛집, 카페: Bar Licco(크루아상 맛집), Old Wild West(수제버거, 레드벨벳케잌)

- 근교: 파도바, 빌라피사니, 베로나, 무라노섬, 부라노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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